주부는 9단, 기자는 초보인 동작맘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

동작맘들의 소소한 소모임1_'77뱀띠맘'과 '12용띠아기' 모임이야기

아기들은 엄마와 아이들이 모여 콩나물밥 번개모음으로 시작한 동작맘 모여라 카페. 초보 엄마들이 어린 아이들의 육아로 불안하고 힘든 나날 을 보내던 중 꽃처럼 위로가 되며 내 삶에 들어왔다.


소소한 모임으로 출발한 <동작맘 모여라>
이번 기사를 쓰면서 첫 번개 모임을 찾아보니 2008년 10월 14일 1 대 카페 매니져였던 신비세상 (지금은 미국 LA 신비로아 동작맘) 집에서의 콩나물밥 번개였다. 카페에 올린 글을 보니 9~10명 정도 모인 듯하다. <동작맘 모여라>의 처음 카테고리는 ‘수다방’, ‘지역 방’, ‘아기 출생 년도방’이었다. 이곳에서 정보 공유나 육아 고민도 함께 나누고 누군가가 용기 내어 번개 글을 올려서 모이곤 했다. 우리가 친한 사람의 경계를 말할 때 ‘집에 부담 없이 부르는 사이’ 를 많이 말한다. 우리는 이렇게 모여 친해졌다.

처음 봤는데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
나는 2008년에 12월 1일에 큰딸 예지가 태어나 2009년 5월 8일에 닉네임 예지엄마77로 가입해 일명 ‘눈팅’만 열심히 하다가 첫 오프 라인 정기모임에 나갔다. 공지 글에 댓글로 몇 개월 된 아이와 어 느 동에 사는지 등 간단한 정보를 남기고 참석하기 때문에 닉네임 소개로도 ‘아! 그분이구나’ 하고 서로 알아본다. 처음 나가면 어색 할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그 자리에 가면 우려는 금방 사라 진다. 닉네임 이름표 붙히고 자리에 앉아서 아이 몇 개월이냐는 말 로 옆 사람과 말문을 튼다. 다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동 작구 엄마들이기 때문에 금방 친해진다. 인원이 다 모이면 돌아가며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먹으면서 모임 이 진행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며 또래 들과 놀고 엄마들은 그 동안의 육아 이야기로 불꽃이 튄다. 어색 함이란 찾아 볼 수 없다. 엄마들의 눈은 아이에게 가 있어도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와 육아노하우 전달에 귀와 입은 쉴 사이 없이 듣고 말한다. 

육아용품 아나바다로 마무리되는 시간
시간이 흘러 아이들 낮잠 시간이 되어 칭얼거리는 아이들이 생기 면 엄마들은 아이를 하나 둘 들쳐 업으면 삼삼오오 돌아갈 신호 를 보낸다. 그러면 행사 말미에 아나바다 나눔의 시간이 찾아온 다. 작아진 옷가지나 물건 등 잠깐 쓰고 깨끗한 다양한 유아용품 들을 하나씩 가져와 간단한 게임을 통해 필요한 사람들이 나눠 갖는다. 

용기 있는 자만이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법
정기모임 외에도 각 그룹별 소모임이 많았다. 연령모임으로는 ‘77 뱀띠꿈틀이’, ‘78 말달리자’, ‘백호모임’, 40대 이상 맘들의 ‘골드맘 모임’ 등이었고 아이·엄마 나이대별 모임과 취미로는 독서·영화감 상·등산·영어·중국어·우쿠렐라·뜨게질 모임 등 취미모임도 있었다. 취미 모임의 강사님은 당연히 동작맘으로 재능기부처럼 진행되었 다. 그 중 내가 깊숙이 빠져있던 두 모임을 소개 해 본다.

77뱀띠맘 모임
사당동 사는 닉네임 미달이라는 친구가 먼저 제안하여 시작되었고 모임을 이어갔다. 2009년도가 첫 모임이었으니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다들 유모차에 아기 띠에 대부분 아이를 동반하고 왔으며 엄마들은 77년생 동갑내기들에 애들 연령대도 돌 전후로 비슷했 다. 식당에서는 밥을 먹어도 애들 때문에 제대로 못 먹고 자리도많이 차지하고 애들이 호기심 만땅일 때라 여기저기 헤집고 돌아 다녀서 옆 손님 눈치에 주인장 눈치도 보게 때문에 집에서 모이는 경우가 많았다. 모임 후에 카페에 후기랑 사진을 올리면 그 날 온 친구들은 만남 의 기쁨을 회고하고 다음을 기약 했다. 아이의 컨디션이나 일이 있 어 모임에 함께 하지 못했던 친구들이나 용기가 없어 못나온 친구 들은 다음 모임엔 꼭 참석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돌아 서면 까먹는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기에 우리는 서로 닉네임과 본명을 써서 닉네임이나 누구엄마가 아닌 내 이름 석자로 친구들 의 이름을 핸드폰에 저장하고 서로 불러주곤 했다. ‘예지엄마77배정희’ 이렇게 말이다. 

모임의 주제야 항상 다르지만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해서 남편이야기, 빠질 수 없는 시월드 이야기 등등 한 달에 한 번 모임이다 보니 할 말도 많고 그간 자란 아이들의 모습에 함께 신 통해 하며 토닥토닥 ‘잘 키웠다’며 노고를 칭찬하기도 했다. 육아 용품 정보도 같이 공 유하면서 공동구매로 저렴하게 구매해서 가 정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했다. 멀리 사는 친인척보다 가까이 사는 동네 친구가 더 좋 을 때가 많았다. 음식을 해서 나눠 먹고 서로 일 이 있을 때 아이를 잠시 맡기기도 하며 공동육아와 품앗이를 함께 했다. 그렇게 자란 아이 들이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면 자유부인이 되려나 싶었는데 하나 둘 둘째가 생기기도 하고 세상에 나오기도 해서 또 육아의 굴레가 시작 되었다. ‘부의 상징이다’, ‘아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 지만 세월이 날 기다려주진 않는다. ‘누가 다 키워 줄 것도 아니면 서…’ 그저 그게 다 인생 아닌가 싶다.

12년생 용띠 아가들 모임
둘째를 임신한 무렵 나는 2012년생 흑룡띠 예비맘들의 모임을 만 들어 둘째 친구를 만들어 줄 준비를 했다. 둘째들은 첫째 때문에 대부분 조리원에 못가고 집에서 산후도우미를 두었다. 조리원 동기보다 2012년생 친구들의 모임을 좀 더 일찍 시작했다. 2012년생 용띠 모임 친구들은 집에서 많이 모였다. 큰아이 기관에 보내고 오전에 잠시 만나니 낮잠 시간도 겹쳐 수유 문제도 있고, 기어 다니거나, 누워서 노는 베이비들이라 집이 여러 모로 편했다. 애나 어른이나 먹을 때가 제일 조용하기에 간식 그릇에 쌀튀밥을 담아주면 그릇을 엎어 쌀튀밥 난장판이 되고 애들이 그걸 주워 먹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순간 포착을 위해 엄 마들도 함께 엎드려 놀며 웃었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들의 단체 사진을 찍는 건 웬만한 쇼를 방불케 했다. 시선을 고정 시키려고 엄마들이 아기들 앞에 한 줄로 서서 아기 이름 부르고 딸랑이 흔들고 정말 웃기는 그림 이었다. 그 정신없는 사이에도 교대로 음식도 먹고 수다도 떨었다. 그 중 딸 아이 엄마들은 외모에 대한 이 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 머리숱이 없거나 아직 중성적인 얼굴 때문 에 “아들이냐?”고 묻는 것을 무 척 스트레스 받는다고 했다. 머리 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치장해도 같은 질문을 받으면 속상하다고 한다. 그랬던 딸들이 지금은 7살 긴 머리 공주가 되어 있는 모습 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밌는 옛 이야깃거리였다. 그러나 첫째 아이 스케줄에 맞 추다 보니 언니·오빠 친구들 모 임에 따라 다녀야 해서 배꼽 친 구 모임 유지하기가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둘째들 모임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동작MOM>매거진 기사를 쓰면서 <동작맘 모여라> 카페 내 카 테고리에 남아 있는 2012년 용띠 아가들 모임을 되돌아 보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소개하니 기쁨이 두 배다. 이제라도 ‘77 뱀띠 꿈틀이들’을 불러 모아 얼굴보고 옛날처럼 수다 떨고 싶다. 이젠 밤에 치맥이라도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보고 싶다 친구들아~~ 내가 오랜만에 번개치면 나와 줄꺼지? 이글을 보는 동작맘들도 좋은 인연 만들기에 동참해 보면 좋겠다. 그 용기에 “좋아요” 하며 함께 할 인연들이 생길 테니까. 아이 친구·엄마 친구 만들고 싶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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