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저기 혹시 당근이세요?

저기 혹시 당근이세요?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속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핸드폰을 켜서 당근모양의 앱을 여는 것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 하트를 눌러 놓은 관심목록 판매자에게 아침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거다 싶으면 보는 즉시 행동하는게 답!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란 노라조의 기똥찬 신곡도 나온걸 보면 다 내 맘 같은가 보다.

글·사진 | 배정희(예지엄마77)

 

1997년 자취생활 살림살이를 마련할 때 중고나라를 알게 되어, 결혼 후 아이 장난감이며 책을 살때 중고 나라 덕을 톡톡히 봤는데 이제 그 나라를 떠나 ‘당근’ 이다!

‘당신의 근처마켓’의 줄임말 ‘당근마켓’은 2015년에 등장하여 지금은 1,500만명이 이용하는 독보적인 중고거래 시장이 되었다. 단순한 중고 물건 거래뿐만 아니라 차량, 부동산, 취업알선, 동네 상점 홍보까지 그 영역이 다양하다. 취미로 인물이나 반려동물 사진을 보내주면 그림을 그려 주는 재능기부형식의 나눔도 있다. 동네 사람들끼리 맛집 정보 공유 고민 같은 일상을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도 있다.

중고나라는 직거래 아니면 무조건 입금이 되어야 물건을 보내다 보니 사기를 당하는 일도 종종 있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직거래가 우선이고 선입금후 택배를 보낸다 해도 집 주소 공개가 아닌 집근처 편의점에서 물건을 수령하는 반값택배 이용이 많아 사기를 당하거나 개인정보 노출이 적다.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는 처분이 목적인 경우도 많다. 부피가 큰 가구의 경우 폐기물 스티커를 구매하여 버려야 하는데, 무료나눔으로 올리면 필요 한 사람이 가져가니 자원순환도 되고 스티커 비용을 버는 일석이조 효과도 있다.

 

중학생이 된 딸의 학교 생활복 구매를 시작으로 당근 세계에 빠져든 나는 현재까지 272명과 거래를 했다. 거래경력 10개월로 잡으면 한달에 27개의 물건을 거 래한 셈이다. 재거래 희망률과 응답률은 둘 다 100%, 36.5도로 시작하는 거래온도는 지금 99도다. 거래후기를 쓰거나 상대방의 매너를 체크하여 거래 온도를 쌓는 것이다. 평소 말하는 걸 좋아해서 모르는 사람과 도 편하게 채팅하고 거래를 할 때도 쿨거래를 하다 보니 이런 결과를 보여준다.

당근거래를 위한 나만의 필수템, 자전거

 

처음 당근을 시작한 내 취지는 작아져서 못 입는 애들 물건을 팔아서 그 돈으로 또 다시 사는 재미였다. 사진 찍고 올리는 게 귀찮아진 나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통장 잔고만 줄어 들고 구매 내역만 늘어갔다. 아이들에게도 엄마 ‘당근 갔다 올게’ 라고 말하고 합리 적 소비도 하고 운동도 할겸 30분 이내 중고거래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착한 가격에 물건을 득템하는데 차비나 택배비를 쓰는 것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장 득템한 것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반짝반짝한 나눔접시를 7개에 12000원에 구매한 것이다.

크리스마스 디자인의 접시를 저렴한 가격에 득템했다.

 

당근을 이용할 때 주의할 것도 있다. 핸드폰에 앱만 있으면 초등학생들도 가입이 가능하기에 자녀가 당근거래를 할 때는 항상 거래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나이와 성별도 모르는 사람과 채팅 후 만남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근에서 초등학생, 취준생, 중국교포, 영어로 채팅하는 캐나다 출신 아빠, 손주 장난감 사러 나온 할머니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돈 주고 팔아 도 충분히 팔릴 것 같은 물건을 무료 나눔 해주는 천사님도 만났다.

 

당근사랑을 멈출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지독한 사랑에 빠지면 너무 아프니까 밀당하듯 사거니 팔거니 나누거니하며 소확행을 즐기며 살아가련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인연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당근철학이 생겼 기 때문이다. 주위에 누가 어떤 물건을 산다고 하면 잠시만 하고 당근에서 검색한후 내가 잡아준다고 먼 저 말한다. 새물건을 사지 않고 자원 순환에 함께 동참하는 게 지구를 덜 아프게 하는거라고 말한다.

 

당근마켓 온도 99도인 ‘본전생각버려야판다’님 꿀팁

1.  꼭 필요한 물건은 키워드 알람을 해 놓고 신속하고 신중하게 구매한다.

2.  사고 싶은 물건이 있지만 가격이 높거나 한번 더 고민이 필요할 때는 관심목록으로 표시해두고 가격이 다운되면 알람이 뜨니까 그때 결정한다.

3.  내가 판매할 물건의 빠른거래를 원하면 시세 검색 후 파격가에 올린다.

4.  이사준비나 급처라는 문구의 판매물건은 파격가에 올리는 게 많으니 눈여겨 보자.

5.  유효기간이 긴 생필품은 자리를 차지해서 처분 목적으로 파는 경우가 많으니 가격이 좋으면 쟁여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