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1/학교폭력] 애들 싸움, 장난이 아닙니다!
애들 싸움, 장난이 아닙니다!
글 | 권지현•만두호빵 (상도동)
애들 싸움이 변호사 싸움된다
학교는 변호사들의 틈새시장이다. 아이들이 싸우면 학교폭력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리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은 당연하다는 듯 변호사를 대동한다. 이때부터 학폭위는 변호사들의 싸움이 된다. 처음 이 말을 듣고 일부 학폭위의 행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대다수의 학폭위에 변호사가 등장한다는 것을, 학폭위 관계자에게 들었다. 또 자녀가 1:9로 왕따를 당한 학교폭력의 피해자 학부모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학폭위를 열고 싶었지만 가해학생 9명의 학부모가 힘을 합쳐 구한 변호사에게 우리 애가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학폭위를 포기하고 전학을 시켰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학교폭력’과 ‘학교폭력위원회’ 관련 글을 검색하니 상단 파워링크에 학폭위 법률사무소 광고가 주르륵 뜨고 로펌에서 올린 ‘학폭위 사례들’이 도배되어 있다. 이쯤 되니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애들 싸움에 변호사까지 동원된다니 기가 막히지만 다시 짚어보면 그래야 될 만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성폭력,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 등 ‘그냥 아이들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기기 힘든 사건들이 지금 학교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엄마는 방송중>이 준비한 학교폭력 특집방송
학교폭력!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지난 4월 ‘엄마는 방송중’에서는 학교폭력에 관한 고민을 담아 특집방송을 진행했다. 총 4부에 걸쳐 학교폭력의 유형, 동작맘들의 사례, 슬기로운 대처방법, 학폭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손준호 변호사를 초대해 법률적 조언까지 빼놓지 않고 담았다. 학교폭력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될 지침들이다. 실제로 발생한 사례와 법률자문까지 몇 번을 들어도 알찬 방송이니 꼭 들어보기 바란다. 아래 제목을 누르면 링크로 들어가면 들을 수 있다.
학교폭력 특집방송을 하면서 ‘학교폭력 당사자가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면 좋을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바른 인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
학교폭력은 법을 위반하는 행위!
Q. 다음 중 학교폭력에 해당되는 것은?
1. 뒤에서 지우개를 집어 던졌다.
2. 하루에도 몇 번씩 이유 없이 때렸다.
3.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몸을 만진다.
4. 싫다고 해도 강제로 옷을 잡아당겼다.
정답: 1, 2, 3, 4
그렇다. 자신은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고 해도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장난이 아니라고 느끼면 학교폭력이다. 때리거나 치고 지나가거나 미는 행동, 발로 차고 침을 뱉는 행동, 돈이나 물건을 빼앗고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 행동, 욕을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시키는 행동, 약점을 잡아 놀리거나 괴롭히는 행동, 일부러 무시하거나 나쁜 말을 퍼뜨리는 행동, 급식을 억지로 먹게하거나 모둠 활동에서 따돌리는 행동 등도 모두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 그럼 학교 밖에서 때리거나 괴롭히는 건 어떨까? 피해자나 가해자가 학생이라면 당연히 학교폭력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력, 감금, 협박, 약취 · 유인, 명예훼손 · 모욕, 공갈, 강요 · 강제적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동 모두를 학교폭력이라고 법에 나왔다. 즉 학교폭력은 법을 위반하는 행동이다. 법을 어기면 그에 응당한 벌을 받게 된다. 사과, 반성문, 봉사로 끝날 수도 있지만 강제전학, 퇴학 등을 당할 수 있다. 또 만 10세가 넘으면 소년원에 가거나 보호관찰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가해자 부모가 피해에 따른 치료비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중학교 1학년 A양의 직설적인 말과 행동은 주변 친구들을 힘들게 했다. 같은 반 B양은 친구들에게 A양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 했고 다른 친구들도 공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럼 A랑 놀지 말자”라는 결론이 났다. 그 후 그녀들은 A양은 따돌렸다. 같이 놀지도 않고 A양 곁을 지나갈 때 “냄새나~”라는 등의 모욕적인 말도 했다. 학년이 바뀌고 A와 B는 또 같은 반이 되었다. A양은 새로운 친구들에게 B에게 당했던 이야기를 했다. 친구들은 흥분하며 학폭위를 열라고 했단다. 학폭위가 열리기 전 B양의 엄마는 학교를 찾아와 A양과 A양 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싹싹 빌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도하고 근처에 가지 못하게 하겠으며 문제를 인식하고 아이와 함께 심리상담도 함께 받겠다고 미안하다고...
사실 B양의 엄마는 필자의 친구다. 그때 친구는 ‘A에게 문제가 있었겠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식이 잘못했다는 것을 바로 인정했다. 그리고 함께 심리 상담을 받고 부모교육도 받았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자식이 가해자가 되었을 때 무조건 “내 자식이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식을 편을 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피해자가 있다면 일단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잘 못을 인정하게 하고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교육해야 한다. 아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학교폭력이 나쁘다는 것을 배운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지만 부모의 대처방법이 아이의 생각과 미래를 바뀔 수 있다.
따돌림 당하는 이유가 있겠지!
“아빠 우리 반에 왕따가 있어?”
아들이 말했다.
“왕따 당할만한 짓을 했겠지”
아빠가 대답했다.
그날 아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짐작했겠지만 우리 반 왕따는 아들이었고 아빠에게 학교에서 당한 일들을 이야기를 하고 도움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의 대답에 좌절한 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학생들 사이에 집단 따돌림 당할 짓이라는 것은 없다. 학교에는 다양한 학생이 모인다. 외모나 성격이 다르고 행동이나 취미가 다르다.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빠른 학생이 있다. 돈이 많거나 가난할 수도 있고 운동을 잘하거나 못할 수도 있다. 공부를 잘하거나 특별한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나와 같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괴롭혀서는 안 된다. 신은 어느 누구에게도 그럴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비롯한 학교폭력이 얼마나 비겁하고 나쁜 행동인지 스스로 깨닫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또 학교폭력을 당해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며 방관하는 것은 벼랑 끝에 있는 아이의 등을 떠미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고자질 하는 것 같아서, 보복을 당할까봐, 나를 이상하게 볼까봐,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서, 부끄러워서 등의 이유로 학교폭력 피해자가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간절한 SOS 요청인 것이다. 이 신호를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대처법
예전에 딸아이가 선배에게 경미한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게 세 번이나 연속되니 화가 나서 학교에 전화해 가해학생을 찾아내라고 했다. 하지만 연휴가 끼는 바람에 학교보다 내가 학교보다 먼저 가해학생을 찾게 되었다. 가해학생에게 내가 직접 사실유무를 확인하고 사과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이나지 않도록 다짐을 받았다고 하니, 손준호 변호사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내가 했단다. 피해자 부모인 어른이 어린 가해학생을 직접 만나는 것은 협박이 될 수 있다는 것. 나중에 법적문제로 연결될 수 있단다. 또 밖에서 부모끼리 만나면 감정싸움이 될 수 있으니 학교를 통해 만나는 것이 좋다.
영화 <대학살의 신>은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사례’를 코믹하게 잘 보여준다. 초등학생인 재커리와 이턴은 함께 놀다가 다투게 된다. 재커리는 막대기를 휘둘러 이턴의 이 두 개를 부러트린다. 두 아이의 부모는 한 자리에 모여 교양과 품위를 지키며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려 한다. 초반에는 그렇게 잘 마무리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대화를 할수록 일은 커진다. 서로를 비판하고 비난하고 집안이 더럽혀지고 치부가 들어나며 난장판이 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폭력을 당했거나 주변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반드시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이야기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의 객관적인 증거가 없거나 가해자가 즉시 잘못을 인정하여 상호간에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선생님이나 학교장의 재량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
반면 폭력이 고의적, 지속적으로 일어난 사건, 가해학생이 반성을 하지 않는 경우 등의 경우에는 학폭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폭위에 신고하기 전에 먼저 마음을 가다듬고 피해사실을 기록한 후 가급적 기록한 내용을 근거로 신고한다. 자치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할 때는 충분히 준비하는 것도 좋다. 학폭위는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회복을 위해 지원하며 가해학생을 선도하고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다. 피해에 따라 형사 처분이나 사법적 조치를 원한다면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주변에 말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기관에 전화상담(국번 없이 117), 문자상담(#0117로 문자발송), 인터넷상담(www.wee.go.kr)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활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자.
학폭위 건드리기
학교폭력 사건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건 피해자로 신고한 학생이건 어느 누구도 억울하면 안 된다. 그러기에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는 학폭위는 공정해야 하고 신뢰를 받아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과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의견수렴 그리고 가해학생의 선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시비를 가리고 적절한 처벌이 정해지기에 학폭위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매우 중요하다. 반면 학폭위 구성원이 학교 이해관계자이거나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공정성을 의심 받거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조직에서 내놓는 결과에 대해 만족하기는 힘들다. 이에 학폭위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은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고 법정에 배심원 의견을 수렴하여 판결을 내지만 신뢰성을 의심 받지 않는다. 배심원이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반인들 중 무작위로 선출되기 때문에 해당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다고 보고 그들의 의사결정에 따르는 것이다. 즉 공정성을 인정받는다면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도 신뢰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폭위도 각 학교에서 선출된 교사와 학부모 위원을 교육청에 DB화하여 학폭위가 열릴 때 다른 학교 교사나 학부모를 무작위로 선출하여 보내면 어떨까? 같은 학교 관계자는 절대 참여할 수 없으며 해당관계자들이 위원들을 미리 만날 수 없다. 학폭위 사례집을 만들어 그 사례집을 기준으로 학폭위를 진행하고 사례집 기준에서 벗어난 결과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감사를 실시한다면 공정성과 신뢰성이 조금 더 확보되지 않을까? 필자는 서울교육청 시민참여단으로 위의 내용을 공청회에 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뻔하지만 예방이 상책
학폭위 관련 방송을 하고 교육청에 제안을 하고 매거진 글을 쓰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뻔하지만 학교폭력의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방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단언컨대 조선시대에는 서당폭력이 있었을 것이고 신라시대에는 화랑폭력이 있었을 것이니 그렇게 오래 묵은 ‘학교폭력’의 예방이 가능할까?
외국 사례를 가지고 왔다. <조선일보 2017.09.09.>를 인용하면 핀란드는 키바 프로그램이 있다. 키바란 핀란드어로 ‘왕따에 맞서다(Kiusaamista Vastaan)’에서 따온 말. 키바 교육의 핵심은 ‘공감’이다. 학생들은 역할극을 통해 왕따 역할을 맡아 간접적으로 학교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 역할극을 본 후 나머지 학생들은 따돌림 받는 학생을 도울 방법과 왕따를 근절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토론한다. 노르웨이에서는 ‘올베우스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설문조사를 통해 해당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공론화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 대책마련 이후에는 학교 학생들에게 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학교 폭력이 발생한 학급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한다. 결과적으로 올베우스 프로그램을 적용한 학교는 2년 뒤 학교폭력 발생 비율이 30~50%가량 감소했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공감의 뿌리 교육을 실시한다. 2~4개월의 말도 못하고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아기를 교실로 데리고 와서 공감을 해보는 수업이다. 이 수업을 통해 공감과 이해를 배우는데 이 수업을 진행한 학교는 또래 괴롭힘이나 집단 따돌림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너무 괴로워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가해자가 뒤늦은 후회로 땅을 치며 후회한다고 해도 학교폭력 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유명한 스타가 되었는데, 학교폭력 사실이 밝혀지면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따지기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공감능력을 쌓고, 타인과 나를 이해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교육도 참 좋다. 이보다 좋은 방법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면 더 좋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가정에서 공감해주고 이해해주고 소통해주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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