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2/성평등]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
본 글은 <엄마는 방송중> 146회 내용과 <동작맘 모여라>게시글을 바탕으로 편집, 보충, 수정했습니다. 방송을 듣기 원하시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신생아실 유리 너머 보이는 아기들 중 누가 여자아이고 누가 남자아이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서 신생아들을 위한 선물을 살펴보자. 어떤 옷이 여자아이옷이고 어떤 옷이 남자아이옷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첫번째 질문의 대답은 ‘구별할 수 없다’ 뒤의 질문에는 ‘구별할 수 있다’라는 대답이 대부분일 것이다. 확실히 남자아이옷은 파란색과 녹색이 여자아이옷은 분홍색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성별에 따라 색이 다른 옷을 입었을까. 색에 대한 취향은 태어날 때부터 있는 것일까.
글 | 김은제•소녀주부 (흑석동)
붉은색이 남성의 색이었다고?
과거에 서양에서는 붉은색이 강한색이고 남성의 상징이었다. 로마시대까지도 홀대를 받던 파란색이 중세시대에 들어와 신성한 색으로 되면서 성모마리아의 베일을 표현하는 색으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파란색은 여성, 옅은 붉은색은 남성의 색으로 여겨졌다. 20세기에 이르러 사업가들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성별에 따라 색을 구별해서 팔기 시작하면서 남자아이에게는 파란색, 여자아이에게는 분홍색을 입히게 되었다고 한다.
남성적이라는 말도 성차별이다.
색상의 구분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남자답다, 여자답다라고 표현할 때 외모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스럽다’의 의미를 찾아보면 ‘보기에 여자의 성질을 가진데가 있다(국립국어원)’라고 나와있다. 조신하지 못한 행동, 짧은 헤어스타일, 다리를 벌리고 앉은 모습 등은 우리가 알고있는 여성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남성적’라는 표현은 어떤가? 운동을 좋아하고 힘이 세고 슬퍼도 눈물을 보이면 창피한 일로 간주되는 것. 이런 인식의 틀이 우리를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고 특정한 외모나 행동의 프레임에 가두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물론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공통점이 더 많다. 과학적으로 흑인여성이 아시아 남성보다 힘이 더 세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여성들은 남성인가? 외부에는 남성의 생식기를 가지고 있지만 신체 내에는 여성의 자궁을 가지고 있는 간성(Intersex)의 사람들이 전 세계 인구의 1.7%에 달한다. 이들은 남성일까? 여성일까? 남성과 여성을 생식기 외에 헤어스타일, 힘의 세기, 옷차림으로 구별할 수 있을까? 이건 사람과 사람간의 차이일 뿐이다.
중성적인 남자?
그렇다면 중성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짧은 헤어스타일, 화장을 안한 얼굴, 품이 큰 티셔츠, 통이 넉넉한 청바지, 운동화를 입은 여성을 떠올리게 된다. 여자아이들이 자기 표현에 있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남자아이같은 성향을 보이는 것을 중성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 혹은 남자아이가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기르면 우리는 중성적이라는 말을 사용한적이 있을까? 중성적인 여자아이들에게는 보이쉬하다, 매력적이다 라고 이야기 하지만 남자아이들의 여성스러운 옷차림, 얌전한 행동을 격려해주는 것을 본적이 있나? 남자아이들의 섬세함, 소심함, 혼자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모습, 꾸미고 싶어하는 마음을 격려하고 지지해본적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엄마들이 아이를 중성적으로 키운다고 옷차림이나 생활을 이야기할 때 여자아이가 파랑색 좋아하고 체육복 입고 축구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아들이 드레스와 분홍색 구두를 좋아해서 사줬다는 말은 많이 못들어 봤다. 그렇게 입혀서 입학식이나 졸업식같은 특별한 자리에 데리고 오는 엄마들도 본적 없다. 나는 그런 남자 아이에게 가는 눈길을 참을 수 없는데 나만 편파적인가? 중성적이라는 말이 혹시 남성스러운 스타일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 만두호빵
너는 너, 나는 나
페미니즘 운동, 페미니스트들의 움직임은 정치, 사회, 경제 등의 모든 영역에서 성별로 구별해서 차별하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앞서 말했듯 남성, 여성이라는 양성의 개념을 넘어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다양한 성의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지구상의 60억명의 인구만큼 너무나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성교육, 성평등의 핵심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자신의 개성과 성격을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것. 다르다는 것을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으로 나와 너를 바라보는 마음을 가져보자.
“나는 내 결혼식때만 화장을 하고 그 전후로 화장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것 또한 딸아이에게 내가 여자라고 이뻐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육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지, 애들이 어떤 인격과 가치관으로 성장할지는 자라봐야 알 것 같다.” - 범쇠
“딸아이가 중성적이길 바랬었는데 태어난 아이는 아주 많이 여성적이었다. 분홍색과 레이스를 사랑하는 일명 공주과. 그러나 베이블레이드 좋아하고 포켓몬 카드도 모은다. 그러면서 남자 취향이라고 누가 뭐라하면 자긴 소녀라고 그런 표현들을 싫어한다. 그 아이를 보면서 남녀 구별없이 타고난 성향대로 그대로 쭈욱 자라게 해줘야겠다 느꼈다. 괜히 내 판단대로 유도하거나 하지 않고 누구나 각자 가진 성격 취향 가치 등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걸 잊지않게 알려주려고 한다. 나도 화장을 안하는데 아이가 나에게 화장을 하라고 하면 나한테 화장이 안맞아서 안하는거라고 네 생각을 강요하진 마라 엄마취향을 존중해 줘 라고 한다.” - 디안
“여자는 가슴이 나오고 생리를 한다. 가끔은 정말 불편할 때가 많고 힘들 때도 많지만 내 성을 사랑한다. 나는 화장도 잘 안하고 치마도 잘 입지 않지만 가끔 예쁘게 꾸미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와 딸이 여자인 것이 좋다. 솔직히 에스테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넘치는 여성으로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므로 남성 또한 충분히 존중받고 사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성평등보다 성존중을 주장한다. 뭐가 다르냐고? ‘아’ 다르고 ‘어’ 다르지 않나.” - 만두호빵
게스트 김민정 (서울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
출연진 김용화 (지누마미), 배정희 (예지맘77), 김은제 (소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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