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맘 생각] 골목길 탐방에 대한 작은 고찰
골목길 탐방에 대한 작은 고찰
글·사진 | 박민선•박하향 (사당4동)
해마다 여름이 되면 코엑스 일대에서 일주일 정도 보낸다. 일하는 업계에서 진행하는 꽤 큰 행사가 전시장과 세미나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인데, 한껏 멋을 낸 사람들 사이로 아메리카노를 들고 걷다보면 괜히 활기차진다. 하지만 그렇게 종일 보내고 나면 퇴근길에 간절해지는 것이 하나 생기는데 바로 ‘고요함’이다. 쉬지 않고 틀어대는 매장 음악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식당이고 카페고 가득하니 귀가 쉴 틈이 없다. 건물 밖으로 나서봤자 자동차 엔진 소리만 가득해 소음에서 벗어나려면 화장실로 숨어들어야 했다. 그러니 출근길 즐거움도 잠시, 퇴근 후 집안에서 즐기는 고요함(특히 아이들이 잠든 후)은 꿀맛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어느 동네에서든 단층집이나 빌라들이 죽죽 늘어선 골목길을 사랑했는데, 최근에야 그 이유가 고요함 때문이란 걸 알았다. 걷는 우리조차 발걸음을 조심스레 떼어야 하는 조용한 골목길은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선물해준다. 하지만 알다시피 요즘 이런 골목길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사는 마을이 좀 더 깨끗한 곳으로, 살기 좋은 곳이 되길 바라며 추진하게 되는 다양한 사업 덕에 골목길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대형건물에 상업용도 매장들이 들어서는 요즘이니까.
건물은 그 안에서 지내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미세한 소음들을 누적하여 주변으로 퍼트린다. 사람들의 거주지에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친정 할머니댁인 충남 보령에 놀러갔을 때였다. 아이들과 학교 놀이터에서 놀다가 잠시 하늘을 보는데 순간 절대적인 고요함이 찾아왔고, 우리들의 숨소리를 집어 삼켰다. 그때 도시에선 기계음과 텔레비전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벽을 뚫고 공기 중에 은은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과 나는 별다른 계획 없는 주말이면 이곳 저곳을 걸어 다닌다. ‘함께 걷기’라고 명명한 아이들과의 걷기는 특별한 주제도 목적도 없다. 하천을 따라 걷기도, 박물관을 찍으며 다니기도, 때로는 한강 다리를 넘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차들이 다니는 큰 거리보다 차량 통행이 적고, 사람도 적은 골목길을 되도록 택해 걷는다. 누군가 길러 놓은 꽃나무나 작물들을 보며 감탄하고, 주택 외관을 독특하게 장식한 어르신의 미적 감각에 박수를 치기도 한다. 그러한 모든 길은 고요함을 장착하고 있어 우리의 발걸음과 수다에도 일정 정도의 데시벨을 유지해야 하지만, 가만가만 발길을 옮기며 골목을 걷다보면 내 안에 찌들어 있던 무언가를 한 더께씩 벗겨 내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한참을 걸으며 속을 확 비우고 나면 다음 주를 버텨낼 빈 공간을 만들어 진달까? 솔직히 그런 일은 우리 동네에서도 가능은 하다. 우리 집은 사당4동이기 때문이다.
지금 혹시 고요함 속에서 잔잔한 에너지를 채우고 싶다면 운동화로 갈아 신고 집근처 골목길을 탐방해보시길 추천한다. 그리고 골목길 곳곳을 자근자근 밟으며 걷다보면 고요함 속에서 채워지는 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동작구 사당동에 그런 마을이 있다니까!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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