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게임 공략집] '엄마'라는 캐릭터로 플레이 되었습니다!
'엄마'라는 캐릭터로 플레이 되었습니다!
새로 나온 게임은 먼저 접해보고 좋아하는 게임은 만렙을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게임 마니아. 잠깐 출시된 적이 있던 게임폰을 구입하고 빠른 플레이를 위해 PC방을 다녔던 게임중독자. 이런 내가 결혼과 함께 오락실과 PC방을 떠나고 엄마가 된 후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끓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육성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게임을 끊은 건 아니다.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레벨1 엄마 캐릭터를 만렙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글 | 권지현•만두호빵 (상도동)
# 게임을 실행하시겠습니까?
본 게임은 현실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실제상황입니다. 캐릭터를 생성 후 게임을 실행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점 숙지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목표는 ‘아이를 키우며 엄마의 레벨을 올리는 것’입니다. 업적에 따라 다양한 칭호를 받을 수 있으며 각 칭호에 따른 버프나 능력치가 발동됩니다.
# 게임을 실행하시겠습니까? ( YES or NO )
-> YES
플레이어가 접속하였습니다.
캐릭터를 생성하시겠습니까? ( YES or NO )
->YES -> 휴먼족 여성으로 캐릭터를 생성하였습니다.
>> 퀘스트: 임신을 하였습니다.
태교를 하시겠습니까? ( YES or NO )
임신과 함께 게임은 시작된다. 임신 직후 ‘예비엄마’라는 칭호를 얻고 음식을 얻을 수 있는 능력치가 올라간다. 열 달의 태교와 기다림 등의 서브 퀘스트를 잘 수행하면 메인 퀘스트인 ‘아이 낳기’를 할 수 있다. 아이를 낳으면 ‘초보엄마’라는 칭호를 얻고 최면 버프를 쓸 수 있다.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온 아기는 생각보다 조그마하고 사랑스럽지만 예쁘지는 않다. 예정일보다 3주 먼저 태어난 첫째 딸은 하얀 태지에 뒤덮여 눈사람 같았고 둘째는 주름 많은 강아지 샤페이를 닮아 있었다. 웃음밖에 안 나오지만 최면 버프를 사용하면 이 핏덩이가 세상 최고로 예뻐 보인다. 이 버프가 아니었다면 온전히 나를 버리고 ‘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정한 생활비에서 ‘엄마를 위해 먼저 돈을 쓰고 남은 돈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기저귀, 분유. 물티슈, 아이간식, 아이 생필품과 필요한 것들을 모두 쟁이고 나서야 쌀, 찬거리, 세제 등 어른들의 생필품을 구매한다. 엄마를 위한 옷이나 가방. 화장품 같은 것은 맨 마지막이며 그마저도 아이 키우기 유용한 기저귀 가방, 수유복, 수유패드, 저자극 화장품이다. 버프가 아니면 가당치 않았을 구매패턴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내가 못먹고 못입어도 캐릭터를 키우고 꾸미기 위해 아이템과 장비를 구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레벨 업 = 난이도 업
>> 퀘스트: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주세요.( ➊ 기저귀를 간다. ➋ 수유를 한다. ➌ 안아준다. ➍ 산책을 나간다. ➎ 스마트폰을 준다.)
게임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잡아야 하는 몬스터도 강해지고 퀘스트도 점점 어려워진다. 게임 시작부터 보스몹을 잡을 수 없다. 레벨1짜리 슬라임이나 토끼를 잡다가 모기떼도 잡고 늑대도 잡으며 조금씩 경험치도 쌓아야 보스몹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엄마 캐릭터도 마찬가지. 게임 시작부터 대입같은 보스몹이 나타나지 않는다.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높아질수록 아이 키우기 난이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처음 엄마가 되면 갓난아기를 키운다. 이때는 울면 달래기, 울면 먹이기, 울면 기저귀 갈기, 칭얼 대면 재우기, 시기에 맞춰 예방접종 하기, 목욕시키기, 산책시키기, 사진 찍기 등의 퀘스트를 수행하면 된다. 이를 잘 수행하면 ‘육아수행자’라는 칭호를 얻고 재우기 능력치와 육아용품 쇼핑 능력치가 올라간다.
이후에는 어린이집 보내기, 놀아주기, 이유식 만들기, 집안에서 뛰지 못하게 하기, 옷 입히기, 놀이터에서 집에 데리고 들어가기 등의 퀘스트를 수행하면 ‘육아능력자’ 칭호를 얻고 매의 눈 스킬을 얻어 아이들이 사고를 치기 전에 볼 수 있는 능력치가 올라간다. 다시 레벨이 올라가면 엄마캐릭터는 ‘엄마 파이터’라는 칭호를 얻고 잔소리 스킬이 올라간다. 또 학원, 학습지, 과외 등의 비용이 들어가는 자녀교육 퀘스트를 수행하면 ‘사교육의 달인’ 칭호를 얻는다. 이 퀘스트는 시간이 오래 걸려야 깰 수 있다. 물론 사교육 하나 없이 자녀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뚝심 있는 자’ 칭호를 얻을 수 있다. 이후 삼춘기, 사춘기, 중2병이라는 상당히 강력한 몬스터들이 등장하는데, 생각보다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능력치의 한계를 느끼게 될 때가 자주 생긴다. 레벨을 올리기도 힘들고 장비발은 바닥을 드러내면 가끔은 리셋 후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리셋은 불가능하다. 이 몬스터를 잡은 후 ‘반항아를 다스리는 자’ 칭호를 획득할 수도 있으나 ‘자녀 대화 단절자’ 칭호를 얻을 수도 있으니 세심하게 플레이하자. 이렇게 레벨을높이다 보면 대입같은 보스몹을 만날 수 있다.
#길드에 가입하시겠습니까?
>> 퀘스트: 육아길드를 만들거나 가입하여 길드원과 인사를 나눕니다.
혼자 즐기려고 들어가는 게임도 혼자 할 수 없는 퀘스트가 나올 때가 있고 처음부터 혼자는 할 수 없는 게임도 있다. 이럴 때 길드에 가입하면 여러 사람이 함께 퀘스트를 깨거나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엄마들도 자녀양육을 위해 육아길드를 만든다. 맘카페 가입이 가장 쉬는 방법이지만 놀이터나 어린이집 앞에서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다음 약속을 잡으면 길드를 생성할 수 있다. 육아길드는 자녀양육 퀘스트에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공동퀘스트가 발생할 경우 함께 움직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가입하는 것이 좋다.
길드활동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퍼나른다면 ‘정보 스캔 능력자’, ‘정보를 주는 자’ 칭호를 얻는다. 또 아이가 쓰던 물건을 알뜰장터에 일정 횟수 판매하거나 구매할 경우 ‘중고물품 판매자’, ‘중고물품 획득의 달인’ 등의 칭호를 얻고 가격흥정 능력치가 상승한다. 길드활동을하다가 주도적으로 길드를 이끌거나 길드 모임에 도움을 준다면 공여도에 따라 ‘공동육아 스태프’, ‘공동육아 마스터’ 등 다양한 칭호를 얻을 수 있다.
>> 퀘스트 완료 보상
- 다양한 육아정보를 얻습니다.
- 놀이터에 친구가 생깁니다.
# 게임은 장비발, 현질을 하시겠습니까?
가수 김건모가 게임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알아보니 그가 참여한 게임 캐릭터는 만렙에 최강 장비를 풀셋으로 갖추고 있었다. 김건모는 게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어마어마한 현금도 쏟아 붓고 있었다.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을 ‘현질’이라고 한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보면 시간과 노력만으로 안 될 때가 있다.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면 그에 맞는 장비를 갖춰야 하고 그 장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현질이 필수다. 올바른 게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계획에 맞춰 현질을 하는 것이 필수다.
육아에도 마찬가지다. 아무거나 잘 입던 애들이 크면서 브랜드를 찾고, 핸드폰도 공짜폰은 쓰지 않겠다고 나온다. 아이가 클수록 사교육비도 많이 든다. 피아노, 미술, 영어, 수영, 바둑, 태권도, 수학, 과학, 사회, 논술, 축구 등 수많은 학원이 상가에 즐비해 있다. 여기서 두 세 개만 보내도 만만치 않은 현질이 필요하다. 아이가 둘 이상이라면 그 배가 드는 것이 당연한 일.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학원비도 몇 배로 비싸지고 과외를 시키려면 생활비에 빚까지 끌어 써야 할 지경이니 현질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현질을 덜 하거나 안해도 멋진 캐릭터를 키우거나 미션을 잘 수행해 낼 수 있다. 생각보다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남부럽지 않은 아이로 키운다면 엄마들의 로망인 ‘엄친아를 키우는 자’ 칭호를 얻을 수 있다. 또 장학금을 보너스로 획득하고 다른 게이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중요한 것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는 ‘자녀를 비교하는 자’ 칭호는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으나 몹의 힘을 비정상적으로 키울 수는 버프가 발동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게임을 하다보면 한계에 다다른다. 퀘스트에 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레벨은 올라가는데 장비 진화에 계속 실패할 때, 길드원이 탈퇴할 때도 게임을 접고 싶다. 그렇게 접은 게임도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엄마라는 캐릭터로 플레이되는 게임은 리셋을 할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실전이다. 이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리셋은 할 수 없지만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거나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의 리플레쉬는 가능하다. 또 함께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다른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요즘 내가 주로하는 리플레쉬 방법은 새로운 게임을 알아보고 관련 교육을 받는 것이다 엄마게임을 하다보니 얻어진 경험치와 능력치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과 게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지금하는 게임도 재미있지만 새로운 게임에 대한 기대도 있기에 교육 받고 자격증을 따는 것도 재미있다.
주변에는 엄마게임 초보자들의 조력자로 활동하며 리플레쉬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힘들게 지나 온 길을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책 읽어주는 자’ 칭호를 사용하는 엄마는 리플레쉬가 필요할 때 아이 책장에서 그림책을 꺼내 읽는단다. 나 또한 힘들고 지칠 때 그림책을 읽으면 힐링이 되어 다시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게임 한 판하는 것과 다르다. 하지만 엄마로 수행하는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능력치를 얻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비슷한 부분이다. 나는 아직도 엄마라는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중이다. 과연 만렙을 찍을 수 있을까? 아니 만렙을 찍을 필요가 있을까? 내가 얻을 수 있는 최종 칭호는 뭘까? 모르겠다. 그냥 즐기자. 게임은 계속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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