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첫걸음] 나는 너를 응원한다.
나는 너를 응원한다.
딸을 키우며 성평등 교육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엄마. 딸도 아들도 성별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다양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성평등 고군분투기를 공유한다.
글·사진 | 김은제•소녀주부 (흑석동)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있다. 그녀는 입학하자마자 방과후 축구를 신청했는데, 수업을 듣기전 아이의 제일 큰 걱정이 ‘남자 애들이 놀리면 어떡하지?’였다. 본인이 좋아해서 엄마한테 하고 싶다고 하긴 했는데, 학교가서 보니 운동장에 오빠들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딸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딸이 남자 아이들과 몸싸움을 해봤으면 하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밀어 붙였다. 다행히도 수업에는 딸과 딸아이 친구를 포함해 세명의 여학생이 등록해서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축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한다. 멍이 가득한 딸의 다리를 보며 ‘그래도 여자앤데 흉지면 어떡해?’라고 걱정어린 말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 축구한다고 주변에 말을 했을 때도 대부분이 ‘왜?’ ‘다치면 어쩌려고?’ ‘다른 여자애들도 해?’라는 반응이었다. 가끔 멋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게는 축구를 배우는게 멋진게 아니라 여자가 축구를 한다는게 놀랍다는 뜻을 나름 칭찬으로 애둘러 말하는 것으로 들릴 뿐이다.
사실 나도 주위 시선이 신경쓰이긴 했다. 극성엄마로 보일수도 있고 만약 딸이 놀림을 받으면 상처받을까 걱정이 됐었다. 나도 그렇게 자랐으니까. 어린시절 나도 축구를 좋아했는데 난 축구를 배워본 적은 물론 없었고 골대앞에서 앉아서 공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기억만 난다. 그뒤로 내가 기억하는 축구는 한창 내가 가사와 육아에 치여 고생할 때 주말이면 콧노래를 부르며 축구하러 나갔던 남편의 모습이다. 나는 왜 축구를 배우지 않았을까?
작년에 한 아동 교육 전문가로부터 답을 들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을 보면 아이
들은 남녀 상관없이 뛰어놀고 교실을 돌아다니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여자아이들은 책상에서 앉아서 놀고 남자아이들은 여전히 뛰어논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시점이 되면 여자 아이들은 남자들과 스포츠 게임을 하게 될 때 본인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미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유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남자가 하는 운동을 여자애들에게 권하지 않고, 여자는 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이런 여자애들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생리대 회사로 잘 알려진 위스퍼의 광고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수 있다. 아이들과 어른, 청소년들에게 여자다운 것을 표현해 보라고 한다. 어떤 어른은 달리면서 머리가 망가질까봐걱정하는 여자를 흉내내고, 청소년기의 남자아이는 공을 최대한 약하게 던지는 것으로 여자다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여자아이들은 달랐다. 여자다운 행동을 주문했을때 달릴 때도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질 때도 온 힘을 다해서 던진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신감이 높을 확률이 두배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는 여자들이 운동을 하지 않는 것, 여자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운동을 통한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성평등, 젠더감수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많아졌지만 법과 제도 개선, 성차별 타파를 외칠 뿐 여자아이들의 운동까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외쳐본다. 어머님들! 아이들이 스포츠로 정정당당하게 경쟁을배우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나의 딸아, 너는 약하지 않아. 엄마가 너를 항상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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