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여름휴가는 역탐하자!
여름휴가는 역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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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거제포로수용소 공식홈페이지 |
글·사진 | 김윤희, 재미니맘
이번 휴가는 거제도와 경주다. 역사공부는 어렵지만 직접보고 탐험하면 더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가를 떠나기 전 역사에 대해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아이들과 영화 <스윙키즈>를 보고 주무대였던 <거제포로수용소>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경주에 들러 <다보탑>과 <첨성대>를 보고 오는 것이 우리의 휴가계획.
이른 새벽에 아이들을 깨워서 진주로 출발! 아침밥으로 진주에 있는 하연옥의 육전과 고기냉면을 먹었다. 큰아이는 아침밥을 먹는데 어떻게 3시간이 넘게 걸리냐고 투정을 하면서도 처음 맛 본 비빔냉면과 육전은 꿀맛이라며 엄지척을 날린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밥을 먹어야하는 아이들이라 허겁지겁 밥을 먹고 풍족해진 배와 행복한 기분으로 다시 출발! 진주에서 거제까지 신나게 달려 <거제대명리조트>에 도착했다. 둘째가 뱃속에 있었을 때 왔다가 8년 만에 다시 찾은 거제도의 모습은 그 때와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첫날은 먼길을 달려온 피곤함을 덜기 위해 여유롭게 쉬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 앞에서 가족사진과 이곳저곳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다. 아이들은 전동자동차를 발견하고는 한걸음에 자동차 앞으로 달려갔다. 둘은 정해진 20분을 타고도 아쉬웠는지 몰래 타려고 했지만 결국 아저씨에게 들켰다. 첫날은 모두들 지쳐 10시도 안되어 잠이 들었다.
휴가는 역시 워터파크
아픈 과거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전 아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 둘쨋 날은 워터파크 <오션베이>로 정했다. 8년 전에는 큰아이가 아파서 실컷 못 놀아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네식구 모두 원없이 물놀이를 즐겼다. 슬라이드와 놀이기구도 타고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너무 크지도 않고 답답하지 않은 공간이어서 아이들도 지치지 않고 놀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허기가 졌다. 잠깐 휴식도 할겸 물에서 나와 따끈한 우동 한그릇에 기름진 돈까스를 주문했다. 느끼함을 떡볶이로 잡고 나서야 허기가 달래졌다. 충분한 휴식 후에 아이들은 물개처럼 또 물 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오빠는 거북이가 되어 동생을 태우고 유수풀을 돌아다니고 작은애는 매달려서 재밌다고 깔깔대며 웃는다. 6시간을 놀고 나서도 아이들은 놀이기구 세번만 더 타고 가자고 졸랐다. 장화신은 고양이 눈을 하고 바라보니 두 손을 들 수 밖에. 아이들은 여전히 팔팔했지만 우리 부부는 방전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영화 속 장소 <거제포로수용소>가 눈앞에
셋째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신랑덕에 눈을 뜨니 예쁘게 밥상이 차려져 있다. 따뜻한 배려심에 감사하며 서둘러 먹고 나섰다. 이제부터가 역사탐방을 위한 시간으로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로 향했다. 8년 전 왔을 때에는 역사의 아픔보다는 거제도 랜드마크라 왔었는데 아이들과 영화<스윙키즈>를 보고 역사공부도하고 오니 의미가 달랐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우리가 잊으면 안되는 역사의 아픔이 남아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 근대사에서 인권유린과 찬탈의 역사가 일제강점기라면 그보다 더 처절한 고통은 한국전쟁 3년 동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족끼리 총을 겨누고 싸워야 했던 그 시절, 당시를 촬영한 곳곳의 영상들만 봐도 큰 고통과 비통함이 전해진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침공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은 휴전협정이 된 1953년 7월 27일까지 치열한 전투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거제 포로수용소>에서만 3천 여명의 포로가 수용되었고 그중에 여성도 300명이나 되었다고 하니 마음이 숙연하다. 1953년 7월 휴정협정으로 전쟁이 끝나고 포로들이 석방되면서 수용소도 폐쇄되었다. 전쟁은 무섭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인 것이 분명하다.<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는 전쟁존, 포로존, 복원존, 평화존 등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동선을 따라 걷다보면 포로들의 생활과 대립하는 장면, 음향효과도 연출되어 있어 실감난다. 아이들과 <스윙키즈>에 나온 강당도 가 보았다. 1950년대 체험관을 뒤로 앞마당에는 야외막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포로수용소의 막사와 감시초소, 취사장, 생활도구까지 전시되어 있었고 한국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리는 아픔을 뒤로 한 채 수용소 안에 새로 생긴 모노레일을 타고 정상을 향했다. 정상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예쁘게 꾸며진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기고 고차산지에 앉아 마지막으로 수용소를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잊으면 안될 역사를 직접 본 소감을 이야기 나누었다.
“엄마, 왜 전쟁이 나는 거예요?”
“음. 내 생각엔 욕심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개인의 욕심도 있고 정치적 욕심도 있고…”
신라시대의 아름다움과 여유가 녹아있는 안압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주로 향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잠이들어 조용했다. 도착하고 나서야 아이들은 단잠에서 깨어 <첨성대>와 <석굴암>을 볼꺼라며 조잘거린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안압지라고 불리었던 <동궁>과 <월지>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안내책자와 음성안내 시스템이 있어서 해설을 들으며 구경할 수 있었다. 안압지라는 이름은 신라가 패망하고 폐허가 된 모습을 본 조선시대 선비가 기러기(안)와 오리(압)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붙여준 이름이다. 현지에서 발견된 유물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월지>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부른다고 한다. 신라 문무왕 때 당과의 전쟁 중에 조성된 연못으로 과거 기술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으며 동궁 밖에서 물을 끌어오고 온도까지 고려했다 하니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대단한지. <동궁>과 <월지>를 걸으며 아름
다운 야경을 렌즈에 담았다. 다음 코스인 <첨성대>는 거리가 가까워서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이동했다. 연꽃을 비롯해 예쁜 꽃들이 가는 내내 반겨주어 우리 부부는 연애하는 기분이었다.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때 만들어져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대로 국보 31호로 지정되었다.
362개의 화강암 벽돌이 27단으로 쌓아진 모습은 기대만큼 신기했다. 첨성대 화장실 안에서도 첨성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다. 안압지에서 나와 들리게 된 황남동 '황리단길'의 예쁜 카페들도 볼만하다. 경주중앙시장도 좋다. 신랑이 좋아하는 닭강정과 노포 국수집의 뜨끈한 국수, 서비스로 나온 식혜를 마시며 경주의 맛을 느꼈다.
불교의 유산, 불국사와 석굴암
경주에서 마지막날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많이 오지는 않아서 <불국사>와 <석굴암>으로 향했다. 여덟 살 딸아이에게 10원짜리 뒷면에 나오는 곳 이라고 하니 쉽게 알아들었다. <불국사>는 일주문-청윤교-백운교-연화교-칠보교-극락전과 안양문-대웅전-자하문-석가탑, 다보탑-관음전 순서로 답사했다. 화려한 누각뒤에는 단순한 석가탑, 그 뒤에는 화려한 다보탑의 모습이 이어졌다. 불국사는 견주듯 팽팽한 긴장감을 갖도록 지은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리고 보듬을 수 있는 짜임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대웅전 앞의 탑 가운데에서 보였던 부처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불국사>를 자세히 보면 볼수록 신라인들이 얼마나 생각이 깊고 정교한지 느낄 수 있었다. 이곳 서라벌(경주)에 부처의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신라인들의 노력이 한치의 소홀함도 없음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불국사>에서 나와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를 위해 만들었다는 <석굴암>으로 향했다. 매표소를 지나면 일주문이 나오는데 맑은 날 일주문 앞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동해바다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는데 우리가 간 날은 안개가 자욱해 볼 수 없었다. 좁은 숲속길을 따라 가면 오른쪽은 가파른 절벽이라 아이들이 뛰거나 장난치지 못하게 했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석굴암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유리벽 너머로 부처님의 모습이 보인다. 촬영금지라 사진에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 이 높은 토암산 꼭대기에 어떻게 석굴암을 만들었는지 감탄이 나왔다. 집에 오는길에 아쉬움을 경주빵으로 달랬다.
책과 영화 속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역사탐험으로 즐거운 여름 휴가를 알차게 보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많지만 나중에 또 도전하기로 하고 이번 여름 휴가기를 마친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주소 | 경남 거제시 계룡로 61
전화 | 055-639-0625
홈페이지 | https://www.pow.or.kr
동궁과 월지
주소 | 경북 경주시 인왕동 517
전화 | 054-779-8585
요금 | 어른 2,0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600원
이용 시간 | 09: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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