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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_미국, 일본]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법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법


딸아이는 유독 돈가스를 좋아한다. 어디를 가도 꼭 돈가스집에 들리는 우리집 그녀. 정통돈가스를 맛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6세가 되던 해, 그녀의 첫 해외 여행을 떠났다. 덕분에 여름 대부분을 미국과 일본에서 보냈다. 다양한 경험을 했건만 돈가스가 제일 좋았다는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그녀와의 여행이야기.

글•사진 | 김은제•소녀주부


그녀(나는 딸아이를 주로 ‘그녀’라고 표현한다)가 6세가 되던 봄에 다니고 있던 어린이집이 폐원하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촌언니가 있는 미국으로 한달 간 여행을 계획해 놓은터라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해외출장이나 여행 경험이 있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 가는 것, 특히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건 처음이었다. 떠나기 몇달 전부터 폭풍검색과 표만들기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일본을 경유해야 한다는 점.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맛있는 돈가스였는데, 돈가스가 일본음식이라는 것을 들은 뒤로 얼마나 일본여행을 기대하던지. 항공권도 직항보다 더 돈을 주고 일본을 경유하는 걸로 구매하고 여행가방도 일본과 미국으로 나누고 일정도 일본을 더 중점적으로 준비했다.


일본에서의 3박 4일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여행용 캐리어를 보관소에 맡기고 시내로 향하는 고속철도인 스카이라이너에 서둘러 탑승했다. 숙소는 고양이 마을로 불리는 <야네센 긴자>에 위치했는데 닛포리 역에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가야 나오는 곳이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는데 도착시간이 저녁이어서 너무 늦을까봐 그녀를 유아차에 태우로 한손으로를 캐리어를 밀면서 한참을 걸어갔다. (사실 길이 어두워서 너무 무서웠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공동묘지를 지나왔었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2층이라 유아차를 나르고 캐리어를 나르고 얼마나힘들었던지. 하루에 3만원 정도의 숙소였지만 둘이서 지내기에 더할나위없었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첫날밤이 지나갔다.

다음날은 시나가와 <아쿠아파크>를 방문했다. 돈가스 다음으로 그녀가 제일 기대하고 좋아했던 곳인데 멋진 조명과 함께 바로 눈앞에 보이는 돌고래들의 화려한 쇼가 압권이었다. (일본의 돌고래 포획에 대해 설명해주고 안타까움을 나눴지만 우리 둘은 돌고래에 완전히 매료되어 다음 해에도 이곳을 또 방문하게 된다.) 시나가와 역 근처 마트에서 돈가스로 유명한 <마이센>의 가츠산도(돈가스 샌드위치) 두박스를 그녀 혼자 해치우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것도 사왔다. 이날 저녁은 그 유명한 규카츠(소고기로 만든 돈가스)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둘째날은 츠키지 수산시장을 시작으로 오다이바를 다녀왔다. 츠키지는 새벽에 열어 오전에 문을 닫기 때문에 유아차를 끌고 정말로 달려서 갔다. 시장에서 초밥을 먹고 싶었지만 그녀는 초밥을 싫어해서 유부초밥만 맛보고 일본식 절임류만 살 수 있었다. 돈가스 말고 피규어를 사야하는 또 다른 여행목표가 있었는데 그녀가 원하는 피규어가 오다이바에 있는 토이저러스에 있다고 하여 역시나 또 달려갔다. 피규어를 사기전 <미래과학관>에 들려서 로봇도 구경하고 다양한 체험을 했다. 오다이바 <파레트타운>으로 이동, 나는 이곳에서 인생 처음으로 관람차를 탔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탑승 내내 계속 울먹이는데 겁이 없는 그녀는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마지막 날은 아침 일찍나와 숙소 근처에 절도 방문하고 숙소가 위치한 고양이 마을을 구경했다. 이 날 나는 비행기 시간때문에 유아차와 캐리어를 끌고 십여분을 달렸고 공항에 도착해서도 계속 달려서 간신히 뉴욕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14시간 가까운 비행시간 동안 숙면을 취했고 그녀는 에너지가 남아서인지 긴장탓인지 거의 깨어 있었다.

그녀는 뉴요커, 나는 인력거

여행내내 같이 다녀준 고마운 유아차
JFK 공항에 도착해서야 그녀는 잠이 들었다. 절대로 짐을 들어준다는 사람들에게 짐을 맡기지 말라는 형부의 사전충고가 있었다. 그래서 나혼자 어마어마한 짐을 찾고 유아차를 끌고나오니 마중나와 있던 형부가 얼마나 반갑던지. 그날은 짐을 풀고 둘다 계속 잠만 잤다.

우리는 한달 가까이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일정보다 인상깊었던 곳 위주로 소개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그전에 꼭 해야할 이야기가 있다. 바로 유아차 (최근 유모차는 엄마가 끌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유아차로 바꾸어 부른다). 이것이 없었다면 나는 숙소에서 나가지 않았을 아니 나갈 수 없었다. 나 같은 경우 미국에서 시차에 제대로 적응하기까지 약 4일이 걸렸는데 그녀는 아직 어려서 인지 열흘 내내 낮에 졸았다. 유아차가 없었다면 나는 15키로에 육박하는 아이들 둘러업고 맨해튼을 걸어 다녔거나 숙소로 돌아올 수 없었으리라. 맨해튼과 도쿄는 지하철이 잘 되어 있지만 걸어다니면서 관광할 곳도 많아서 특히 취학전 아이와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가벼운 유아차부터 구매하는게 먼저라고 감히 충고한다. 자, 이제 뉴욕에서 아이와 함께 가볼만한 곳들을 소개하겠다.

브라이언트 파크 Bryant Park
뉴욕 패션위크 때 패션쇼가 열리는 장소로 회전목마와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바로 옆<뉴욕 공립도서관>안에는 어린이도서관도 같이 있다. 개인적으로 뉴욕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고 아이와 반나절동안 있어도 지겹지 않게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곳이다.
42nd Street, Manhattan, New York, NY 10018
https://bryantpark.org


매디슨 스퀘어 파크 Madison Square Park
Flat Iron 건물 옆에 있는 공원으로 공원 안에 Shake Shack 버거 1호점이 있고, 놀이터가 잘 되어 있어서 여름에는 가벼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뉴욕에 사는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 수 있었고 아이가 지루해 질 때쯤에 길 건너편 레고스토어에 가면 된다. 커피 한잔 사들고 벤치에 앉아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다보면 뉴요커가 된 기분이다.
11 Madison Ave, New York, NY 10010
https://www.madisonsquarepark.org/

빅버스 & 자유의 여신상 페리 Bigbus Tour
펜스테이션에서부터 타임스퀘어를 향해 걷다보면 이층 버스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내가 이용했던 버스는 Bigbus라는 브랜드인데 자유의 여신상 유람선코스가 포함된 3일권 티켓을 구매했다. 3일 동안 맨해튼 곳곳에 가볼 수 있고 정해진 코스 내 해당 정류장 중 원하는 곳에서 마음대로 내리고 탑승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있으면 가이드의 재미있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https://www.bigbustours.com/en/new-york/new-york-bus-tours/

미국 자연사박물관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아이가 공룡과 우주를 좋아한다면 필수 코스. 센트럴 파크 옆에 위치한 미국 자연사 박물관. 총 5개 층으로 되어 있고, 지구/우주/화석/포유류/우주/인류 등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세히 본다면 하루 안에 다 볼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재작년, 작년에 방문했고 올해도 다시 방문하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몇번이고 가볼만 한 곳이다.
Central Park West & 79th St, New York, NY
https://www.amnh.org/

올드웨스트버리가든 Old Westbury Garden
미국 대재벌이었던 핍스가문의 대저택으로 예전 미국 귀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으며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어 매우 아름답다. 조카의 콘서트가 있어 뉴욕을 갈 때마다 방문했는데 입이 떡벌어질 만큼 넓은 대지에 펼쳐진 초원과 연못을 보면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71 Old Westbury Rd, Old Westbury, NY
https://www.oldwestburygardens.org/

아메리칸걸 인형가게 American Girl NYC
Rockefeller Plaza내에 위치한 엄청 큰 인형 가게인데 American Girl이라는 인형을 위한 모든 제품이 전시 및 판매되고 있고, 인형을 컨셉으로 한 카페와 인형을 위한 스파가 있어서 매우 놀라웠다. 인형 한개의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는데 퍼스널 쇼퍼가 따라다니며 모든 종류의 제품을 구매하는 아이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마 집에 안가려고 할 것이다. 근처에 19세기에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인 St. Patrick's Cathedral도 있으니 꼭 방문해 볼 것.
75 Rockefeller Plaza, New York, NY 10019
https://www.americangirl.com/retail/newyork-city.html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

여행을 갈 때 아이가 있건 없건 내 철학은 ‘흐름대로, 발길대로’다. 너무 많은 곳을 가보려고 하거나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여행은 너무 예측 불가능하고 모자른듯 해야 아쉽고 그래야 또 오고 싶으니까. 좋은 추억을 하나라도 남겼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여름에 뉴욕을 방문했는데 <나홀로 집에>를 본 그녀가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보고싶다고 해서 올해는 겨울에 떠난다. 이번에도 일본에 가고 싶어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고려해 일본은 방문하지 않을 예정이다. 뉴욕의 겨울은 나도 처음이다.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해본다. 우리가 그녀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돈가스를 미국에서 발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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