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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방송중] 179회_내가 좋아하는 것은?

예전에 온라인 가입 시 비밀번호 잊어버리면 선택하는 질문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보물 1호는? 이란 질문을 선택하면 내 정답은 늘 큰 아이 이름 석 자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둘째 이름까지 써야 해서도 아니고 사랑이 식어서도 아니다. 답을 고민할 필요도 없는 휴대폰 인증번호 입력이면 다 되는 세상이 왔다. 어떤 걸 좋아하고 사는지 잊어버리고 살아온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한다.

글 | 예지엄마77•배정희


<엄마는 방송중> 179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엄마는 방송중 179회 주제로 “좋아하는 게 뭐예요?” 하고 물었다. 31개의 사연 댓글이 달렸고 동작맘들이 좋아하는 음식, 연예인, 영화, 취미 등을 알 수 있었다. 

소녀주부: 외식할 때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돈까스를 먹는다. 오늘은 돈까스 말고 엄마가 좋아하는 거 먹음 안 되냐고 되물었다. 남편과 딸아이가 엄마가 좋아하는 게 뭔데?라고 말하니 글쎄라고 잠시 생각하다 곱창이라고 했단다. 곱창은 다음에 아줌마들과 먹는 걸로 하고 결국 어김없이 또 돈까스 집으로 갔다. 

예지엄마77: 아이들과의 외식엔 늘 제약이 따른다. 매운거, 뜨거운 거 못 먹는 것도 많다. 나는 아이들이 좀 컸다고 치킨 한 마리 시켜주고 남편과 둘만 외식을 하기도 한다. 술 한 잔도 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없으니 팔짱도 껴보고 연애하는 기분도 내본다. 1~2시간이 흘렀을까 치킨을 다 먹고 유튜브도 볼 만큼 봤는지 언제 오냐고 둘째가 전화가 온다. 이제 일어나 하며 식당을 나선다.

보바/하하호호호: 아무 생각 없이 퍼즐 맞추기. 잡념을 떨쳐버리고 오로시 퍼즐에 집중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엔 안성맞춤이다. 완성했을 때 그 뿌듯함과 희열을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미소슬기: 미싱으로 아이들 입히는 간단한 패턴의 옷 만들기와 드라마 시청. 세상의 하나뿐인 내 아이의 옷을 만들 수 있다니 얼마나 능력자이인가! 드라마 시청은 내가 여주인공으로 빙의되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하다.

<미소슬기>의 직접 만든 아이옷




엔젤맘: 반려 식물 키우기(제라늄). 아이들 키우기도 벅차지만 반려 식물은 말대꾸를 하지 않고 유튜브를 그만 보라고 안해도 되니 싸울 일은 없을 듯하다.

<엘젤맘>의 제라늄

윤민맘: 순정만화 보기. 학창 시절엔 눈치 보여 가지도 못했던 만화방을 어른이 된 지금은 떳떳하게 가고, 잠들기 전 핸드폰으로 웹툰을 볼 때면 10대 소녀 감성으로 돌아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할머니가 되어도 이런 모습의 자신을 상상한다.

순정만화 팬인 <윤민맘>의 작품


마티아러브: 3년 전부터 늦깎이 연예인 덕질을 시작했다. 그 이름은 바로 소몰이 창법의 원조인 박효신이다. 육아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노래로 위로받고 잘 버텨오고 있다. 남편이 아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마티아러브> 박효신 찐팬 인증샷


부럽다. 나는 음식 프로그램이나 레시피 보며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을 보면 신나서 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고 친정 엄마가 큰딸이라고 믿고 많이 시켜주신 덕분에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 거 같다.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와서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 봐도 좋은 기분. 우리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가족을 위한 거 말고 나를 위한 거는 과연 뭐가 있을까?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궁금하다. 질문에 답을 빨리 찾고 싶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답을 찾아 나 자신을 돌아보자. 누구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보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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