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수다공간] 어느 엄마의 일상
어느 엄마의 일상
글·그림 | 김형기일러스트레이터포스포스키 대표
어둠 속 아들
중1 때 1시쯤 자던 녀석이
코로나로 중학교 2학년 때 밤낮이 바뀌어 2~3시에 일어난다. 성적은 내가 클 때 오빠나 나에게서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점수이지만 ‘공부를
안 했으니까’라며 아이가 공부하면 잘할 거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공부
안 했던 나도 중 상위엔 있었는데 넌 꼴찌니?”라고 묻는 나도. “꼴찌는
아니야~~”라고 대답하는 큰아들도 웃기다. 난 요즘 왜 이리
아들이 공부를 못해도 요즘 평온한지 생각해보니 ‘제발 사고만 치지 말아라~’라는 마음뿐이어서 그런 것 같다. 5학년 때 6학년 때 집 나가서 추운 겨울날 찾으러 다녔던 걸 생각하면 지금은 양반이다.
이제는 추워서 절대 집을 안 나간다. (따뜻할 때 나감)
중1 때 이런 애 첨 본다고 학교에 불려 나간 거 생각하면... 1년에 4번 안경 부러졌던 거 생각하면... ”엄마,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해줄까?”라고 물어봐 주는 아들이 좋다. 오늘도 익숙한 중2 아들의 모습.
그래서 둘째, 셋째 아이는 더 방목이다. 하고 싶은 것만 가르치는 것이 내 모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부모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만큼만. 내 수준에서만 적당히 말이다. 남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교육은 나도 받았고 안 배운 것 없이 잘 살았다. 그러나 중년쯤 살다보니 내가 가졌던 삶과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삶이 그렇지 않았을 때,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의 괴로움은 커졌다. 그래도 아이들은 적당히 잘 클 거라는 그런 믿음으로 오늘을 산다. 밤낮이 바뀐 아들이 오늘 개학이라고 학교에 개학식 1시간 다녀와서 11시에 자니 얼마나 감사한지 이야기가 길어짐 ㅋㅋ
로또 맞은 느낌
난 오늘 로또 맞은 느낌이다. 매일같이 집에 와도 업무가? 끝나지 않은 내 생활에 아침에 4명 모두 나가면 그렇게 좋더니만. 나 홀로 조용하게? 있는 시간이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 결혼 17년 동안에 다섯 손가락 안에 있는 이 시간을 만끽해야지~~~코로나로 아이들 등교일이 다 달랐는데 오늘은 모두 다 가는 날이다. 고요하고
고요하다. 이런 시간을 집에 있을 때 많이 가지고 싶은데... 간만에
느끼는 아침 여유.
일어나야 하는 상황
예전에는 아이가 열나도 ‘며칠 약 먹이고 쉬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던 베테랑 세 아이 엄마도 한 아이가 열이 나니 긴장이 된다. 밤새 끙끙 앓던 아이를 지켜보다가 바로 아침에 코로나 검사하러 갔다. 검사하면서 혹시 모르니 나도 둘째, 셋째 아이도 음성 나오기 전엔 집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애들 학원, 선약이 있었던 분 등에 연락을 돌린다. 가족이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된다면 음성나오기 전까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가족이 다섯이니 답이 없다. 어제저녁엔 긴장이 풀렸는지 안 아프던 허리까지 아파서 돌릴 수가 없는 지경이었는데 뭘 해야 하니 움직여야 하는 상황. 그래도 나오니 상쾌하네~
모닝뽀뽀와 커피
오래전 나는 연인이든 남편이든 있다면 모닝뽀뽀와 모닝커피를 하는 삶을 원했다.
남편과 연인은 아니지만 나는 두 가지 모두 다 이뤘다. 키우기는 힘들었는데 모닝뽀뽀는 늘
막내담당. 커피는 큰 아들과 둘째 딸 담당. 물론 타달라고
해야 하지만~~ 귀찮을 때? 빼고 해주니 고맙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은 늘 같은 이유로 눈 닫고 귀 닫고 입을 닫게 만들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한 거로… 품격있게 성장하는 거로~ 기쁨을 누리는 거로~ 결론 지었다. 쉬는 시간 간간히 드라마를 보니 내 인생이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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