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는 9단, 기자는 초보인 동작맘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

기획특집_맘충? 누가 누구를 벌레라고 하는가?

엄마를 혐오스러운 벌레로 비유하는 말 <맘충>. 이 단어는 아이를 빌미로 민폐를 끼치는 엄마를 향한 혐오표현이지만, 모든 엄마들이 벌레 후보나 되는 듯 위축 들게 하고 엄마를 혐오하게도 만든다. <동작맘 모여라>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맘충과 그 표현 그리고 해결책에 대한 엄 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만두호빵•권지현 (상도1동)
40년동안 동작구를 떠나지 못하는 지박령 같은 여자사람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꿈꾸는 엄마사람


혐오공화국 벌레들의 합창

“엄마 맘충이 뭐야?”

엄마와 아이들이 카페에 들어서면 김치녀와 한남충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본다. 구석진 자리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던 바퀴벌 레 한 쌍도 눈살을 찌푸린다. 다른 구석에서 폰 게임 중이던 급식 충들은 아이를 보자 “아이씨~”하며 한숨을 내쉰다. 창밖의 틀딱 충들의 눈초리도 심상치 않다. 아이들이 떠들거나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이가 저렇게 떠들어도 가만 둔다'고 '맘충맘충'하며 자기들끼리 속삭인다. 사 실 그 속삭임은 작지 않은 소리라 다 들린다. '이럴 거면 집에서 애나 보든지 놀이터로 갈 것이지 이게 무슨 민폐냐'는 속삭임도 아주 잘 들린다. 이야기를 들은 아이가 엄마에게 맘충이 뭐냐는 질문을 던진다. 엄마는 화가 나서 아이 귀에 속삭인다. 

“니가 너무 떠드니까 저 바퀴벌레들이 엄마한테 엄마벌레라 고 욕하는 거잖아. 
좀 가만히 있어 이 멍충아.”

쉽게 읽히는 이 짧은 문단에 혹시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면 그것은 당연하다. <김치녀>, <한남충>, <급식충> 그리고 <맘충> 등 각종 혐오표현을 한 문단에 넣어 어떤 부류의 사람이 읽어도 불 쾌할 수밖에 없다. 일부러 불쾌하게 시작하는 점, 매우 송구스럽 게 생각한다. ‘누군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욕을 먹거나 비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속한 부류를 묶어서 일반화하고 벌레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 이 자기와 다른 사람을 혐오하고 벌레로 보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하지만 이 시대의 대한민국은 혐오공화국이라고 해도 이상하 지 않을 정도로 혐오가 넘쳐나고 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사람들을 벌레 취급하는, 맘충을 탄생시킨 혐 오공화국! 이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 들을 <벌레가 아닌 사람들과 사는 나라>에서 키우고 싶다면 말 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엄마 의 힘을 발휘해보자. 그 시작을 우리와 가장 밀접한 <맘충 STOP>부터 시작해보려 한 다. 일단 STOP.


맘충, 너 누구야? 어디에서 왔어? 

맘충이라는 단어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종원 코너에 ‘아이 이름을 불러 달라’고 채팅창을 도배하는 아이 엄마들을 네티즌들이 <맘충>이라고 부르는 데서 시작됐다. 그후 아이를 빌 미로 민폐를 끼치는 엄마들을 <맘충>이라고 부르고 있다. 예를 들면 다들 밥 먹는 식당에서 똥 기저귀를 가는 엄마, 커피숍 머그컵에 아이 오줌을 받아내는 엄마, 식당에서 아이 밥을 무료 로 주지 않는다고 ‘맘카페’에 식당 비하글을 올렸다가 거짓임이 들통 나는 경우, 식당에서 뛰어 다니는 아이를 두고 흐뭇하게 웃는 부모, 아이가 고가의 상품을 파손했는데, 모르는 척 도망가는 경우 등이 있다. 생각만 해도 화가 나고 같은 엄마로써 부끄러운 경우들이다. 그런데 맘충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셔도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우아하게 커피를 즐기는 <맘충>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커피충>이라고도 한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로 들여 보내고 그 앞에서 웃고 떠들기만 해도 <맘충>이란다. 최근에는 김밥집에서 김 밥에 오이를 빼달라고 했더니, 손님들이 맘충이라고 했단다. 맘충과 관련된 자료를 찾다보니, ‘아이 엄마들이 하루 종일 놀며 온라인 맘 카페에 들어가 시댁이나 남편 험담을 하고 밖에서 힘 들게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독박육아>에 대해 바가지를 긁는다’는 내용을 토대로 하는 <맘충의 일과>라는 게시글도 눈에 들 어왔다. 이제 ‘맘충’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생각하는 ‘민폐를 끼치는 엄마’ 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떤 것에 불만을 표현하거나 작은 실수를 해도 ‘맘충’이 될 수 있다. 엄마라면 누구도 ‘맘충’이라는 표현에 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동작맘 카페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맘충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 나의 반응은?’이라는 질문에 92명 (57.9%)이 ‘나는 잘못이 없지만 속상하다’ 56명(35.2%)의 ‘무개념한 엄마들에게 적절한 표현’이라고 답했으며 ‘나와 상관 없는 이 야기’라고 생각하는 참가자는 딱 3명(1.9%)에 불과했다. 이밖에 도 ‘무개념 비판은 좋으나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 ‘엄마라는 집단 을 싸잡아 격하시키는 듯하여 불쾌하다’, ‘여성혐오의 표현’, ‘기분 나쁘다’ 등의 기타의견이 나왔다. 


‘맘충이라는 표현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79명(49.4%)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했으며 66명 (41.3%)이 ‘없어져야 한다’고, 10명(6.3%)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 했다. 기타 ‘마음은 알겠지만 표현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상당수 나왔다.  ‘맘충이라는 표현에 대해 나는~’이라는 질문에서는 66명(42.9%)이 ‘맘충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53명(34.4%)이 ‘표현 자체가 싫다’, 25명(16.2%)이 ‘맘충이들이 싫다’고 응답했다. 또 ‘맘충이라는 단어가 싫지만 맘충같은 존재가 있는 것은 사실’ 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무개념한 엄마들의 행동을 ‘OO맘충’이라는 글이나 기사를 접했을 때 나의 생각은?’ 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52명(32.3%)이 ‘잘못한 사람이 엄마라는 이유로 맘충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46명(28.6%)이 ‘무개념한 행동으로 맘충이라는 말을 들을만 했다’. 35명(21.7%)이 ‘엄마를 싸잡아 비하하는 표현인 것 같다’. 25 명(15.5%)이 ‘나도 저런 경우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고 대답했다. 


‘맘충이라는 표현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111명(70.7%)이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35명(22.3%)이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또 ‘나도 가끔 쓰고 있는 단어지만, 그래도 '충' 이라는 단어는 벌레를 표현하기 때문에 싫다’, 차라리 ‘개념 없는 부모’라는 표현을 썼으면 싶다’, ‘그 표현을 없애자’, ‘왜 이런 사회 적인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고 그에 맞게 효과적인 예방이 나 치료책을 찾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한다’, ‘애를 보는 사람이 엄 마라고 해서 엄마를 싸잡아 비하하는 것은 반대’, ‘맘충이란 표현 이 사라지려면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어져야한다’ 등의 기 타 의견도 나왔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해 보면 ‘맘충처럼 무개념한 행동에 적절한 표현인 것 같지만 ‘맘충’이라는 표현이 싫다. 대체표현이 나오거 나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맘충표현, 엄마들은 이해하지만 아프다 

나도 두 아이 엄마이지만 정말 빈번하게 무개념 부모들을 많이 본다. 특히 아이들의 공간인 키즈카페에 가면 더 더욱 많이 보 게 된다. 왜 그런 말이 생겼는지 이해는 된다. ‘본인이 맘충인 것을 모르는 엄마들이 더 문제다. ‘음식점 가서 본인 아이들이 바닥에 흘려놓은 음식물 정도는 대충 휴지로 닦고서 가라’, ‘음식점주 입장에서는 일이 두 배가 되고 기저귀도 떡하 니 테이블위에 두고 가니 노키즈존 이해가 된다’, ‘더 심한말도 생겨나서 그런 무식한 엄마들 호된 맛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해 안 되는 엄마들의 행동을 보면 <맘충>이라는 표현의 등장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불쾌하다. 상처가 되고 분노가 되기도 한다. ‘맘충’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사람들이 엄마라서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라 원래 그 사람들 자 체 사고방식에가 있다고 생각한다. ‘맘충’이라는 표현이 미혼자, 어린아이, 청소년 등에게 엄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에 사라졌으면 한다, ‘어느 곳이나 어느 집단이나 상식이하인 사람들은 꼭 있다. 그런데 꼭 엄마들한테만 이런 단어를 넣어서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엄마들은 ‘무식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하하는 사회적인 편견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억울하고 서럽다. 

사실 아이엄마는 소소한 실수는 할 수 있으나 강력범죄는 저지르기 힘든 그룹 아닌가?” “개념 없는 사람이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것이지 엄마라서 개념 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에 공감이 된다. 동작맘 카페 회원들 의견이다. 동작맘들은 맘충이라는 표현에서 자유롭고 싶다. 이를 위해 행동도 표현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맘충 STOP! 

‘맘충’이라는 표현이 바뀌거나 사라지게 하기 위한 노력 방법을 동작맘들이 제시해 주었다. 
많은 의견이 ‘서로를 배려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불편하면 다른 사람도 불쾌하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라’, ‘자식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입장도 생각해 보자’ 등 ‘역지사지’ 의견도 많았다. ‘아이들에게 예절, 공공 장소의 에티켓 등의 교육 을 철저하게 시키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반면 엄마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더 문제이니 올바른 인식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 ‘무개념 엄마들은 변하지 않는데, 굳이 우리만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는 의견도 있었다. 기타의견으로 “맘충을 대체 단어가 필요하다. 우리가 먼저 쓰지 않아야한다. 모든 국민 의식이 높아져야한다.” 등이다. 

마지막으로 동작맘(미상)이 이런 글을 남겼다. “아이는 어느 나라든 시끄럽고 돌아다닌다. 외국여행을 다녀보 면 유난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이들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것 을 알 수 있다. ‘저 아이랑 엄마가 오늘 얼마나 사람들을 힘들게 하나 한 번 보자’ 하면서 욕할 타이밍을 기다린다. 엄마들은 주변에 폐를 안끼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엄마의 노력보다는 우 리 모두 한때는 시끄러운 아이였으니 아이들에게 조금 더 관대 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또 동작맘 행복OO은 이런 글을 남겼다. “타인에게 피해가 되거나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은 조심해야겠지만, 이것은 누구나 사회 구성원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누군 가 불특정 다수에게 불쾌감을 주었다고 해서 그 때문에 사람이 벌레 취급 받는 단어 사용이 정당화될까? 엄마들의 노력보다 사회 전반적인 혐오 표현 자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른 사람보다 자신의 아이를 먼저 챙기게 되어 있다. 당연히 그렇게 보호받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였다는 점을 다른 사람들도 한 번 정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당연히 문 제의 주인공인 엄마들도 나의 아이가 중요하듯이 다른 사람의 아이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도 중요하다는 것을 자신의 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가 중요하면 너와 함께 하는 상대 방도 중요하다.’ 그것이 사회 구성원을 키우는 우리 엄마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것도 맞고 사회 전반적인 혐 오 표현을 자제해야 하는 것도 맞다. 우리는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1. 배려심, 공공장소 에티켓 등을 자녀에게 철저히 교육 시키자. 
2. 역지사지, 아이를 핑계로 무개념이라고 생각되는 행동은 하지 말자. 
3. 옆에서 무개념 행동하는 엄마가 있으면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어주자. 
4. 맘충이라는 표현을 비롯하여 혐오 표현 사용을 자제하자.

아름다운 엄마들이 당당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맘충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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