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대해 이야기 해요_엄마! 우리 애들좀 봐주세요.
육아에 대해 이야기 해요
엄마, 우리 애들 좀 봐주세요!
조부모 양육, 미안하지만 욕심 좀 낼게요.
나이 먹고도 철이 없는 딸도 걱정, 오랜 시간 엄마 없이 집에 있어야하는 손주들도 걱정, 사위 저녁 식사도 걱정인 ‘프로걱정러’ 친정엄마와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운 철없는 딸이 함께 쓰는 서스펜 스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육아일기’. 오바마와 빌게이츠도 외할머니에게 양육되었다니, 워킹맘이여, 조부모 양육에 다시 한 번 감사하라~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
딸은 약 12년 전 결혼을 했는데, 결혼 후에도 주말부부로 지내는 터라 회사가 끝나면 친구를 만나 밤늦게까지 놀았을 정도로 철이 없었다. 그녀의 엄마는 그 딸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프로걱정러’ 다. 그만큼 잔소리 또한 심했다. 딸에게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하루 에 몇 번이고 “일어났냐? 도착했냐? 밥 먹었냐? 차 조심해라, 일찍 일찍 다녀라, 술 먹지 마라, 친구 적당히 만나라” 등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전화와 문자를 쉬지 않는 엄마였 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않자 ‘소*알’, ‘접시꽃 달인 물’, ‘흑염소’, ‘한약’ 등등 아이가 생긴다는 수 많은 민간요법의 음식을 해서 주 말마다 올라 오셨다. 그 후 “약 먹었냐?, 잊지 말고 챙겨 먹어라”라 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화장실에 있다가도, 또 친구들과 놀 때도 전화와 문자는 쉬지 않고 울렸다. 그게 싫었던 딸은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를 입에 달고 살았다. 또 ‘내가 자식을 낳으면 절대 아이에게 잔소리 하지 않으리.’ 라는 다짐 과 ‘할머니 손을 빌어 육아를 하지 않으리’ 라는 굳은 다짐을 했다. 택도 없는 환상이었다.
“엄마, 육아 독박을 부탁해!”
딸은 굳은 결심과 다르게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받으며 육아를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는 아주 가끔 도움을 받았다. 그러다가 다시 직장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조부모 양육 가정’에 동참 을 하게 된 것이다.
“엄마, 나 하나로 부족해서 내 아이들에게까지 잔소리야? 그만 좀 하세요!”
“한 번만 말해! 한 번만! 두 번하면 잔소리에요!”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딸을 대신하여 독박육아를 감당해 주는 친정엄마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들이다.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보다 아이들과 나를 걱정하는 소리가 더 듣기 싫었던 모양이다. 딸이 뭐라고 하건 친정엄마는 다음날 8시면 딸의 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정성껏 돌봐 주시고 딸의 살림까지 알뜰살뜰 챙겨준다. 친정엄마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내 딸이 내 덕분에 조금 더 편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딸이 힘들고 피곤할까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모두 해 놓는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며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수많은 약을 챙겨 먹지만, 딸이 힘 들까봐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다.
친정엄마에게 육아를 부탁하는 것은 가장 안전하고 부담이 없는 선택이다. 2018년에 최저임금인 7,530원에 턱없이 부족한 비용을 드리고 있으니 금전적인 부담감도 덜한 것이 사실이다. 회식이나 개인 일정이 있어서 늦게 들어 가더라고 추가수당을 드리지 않아도 된다. 아이템으로 따지면 ‘꿀템’이다. 맞벌이 부부의 최선의 선택이 바로 조부모 양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딸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어려서 “크면 효도할 게요.”라고 했는데, 효도는 커녕 늙어서 쉬지도 못하게 손자녀들 육아까지 떠맡기는 모양새이니 편할 수 없다. 육아 살림까지 해 주시니 가끔은 부끄러워 숨어버리고 싶다. 그래서 ‘조부모 양육은 참 편하지만 미안한 육아’다.
“다른 워킹맘들은 어떨까?”
조부모 양육이 우리 집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는 할머니 손을 잡고 나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할머니들 사이에 엄마들이 섞여있다. 유치원 하원을 하는 사이에도 할머니들이 많고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육아 세미나 중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한 세미나도 종 종 눈에 들어오고 조부모 양육 관련 서적도 많이 나와 있다. 그만큼 조부모의 양육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다.
<동작맘 모여라> 카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워킹맘 중 자녀 양육에 조부모 도움을 받는 경우가 51.4%로 나타났다. 그중 63.2%가 친정 부모의 도움을, 36.8%가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는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조부모 양육의 가장 큰 장점으로 ‘믿고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또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주고 마치 부모 처럼 돌봐준다.’는 것과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가 잘 하는 것을 확실 하게 칭찬해 주고 잘 못한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시는 것’ 과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든 일에 흑백이 있듯 조무보 양육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두 번 트러블이 발생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 47.4%, ‘가끔 트러 블이 발생한다’는 응답이 26.3%, 필자처럼 ‘자주 트러블이 생긴다’ 는 응답자가 5.4%로 총 79.9%가 크고 작은 트러블을 겪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물론 ‘전혀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21.1%(엥 실화냐?)나 있었다. 트러블 이유도 다양하다. ‘양육 방식의 차이’ 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아이 때문에 아프다 고 하는 부모님에 대한 부담’, ‘아이에게 아무거나 먹이는것’, ‘눈치가 보여서 의견을 내놓기 조심스럽다.’, ‘엄마의 영역을 침범 당할 때가 있다.(극공감)’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 버릇 문제가 생기고 성장 한 후에는 조부모와 아이의 갈등 때문에 힘들다’는 응답도 있었다. 맞벌이 부부에게 최고로 든든한 육아 동반자가 부모님은 맞다.
그러나 육아에 조부모 찬스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둘째를 친정엄마가 6년 동안 돌봐주셨는데, 아이들이 할머니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멀어졌다고 전했다. 또 옛날 사람 방식과 고집을 절대 꺾지 않아서 싸우게 되는데, 엄마에게 막말하는 악순환을 더는 이어 갈 수 없어서 상의 하에 독립하게 되었다.’ -지***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조부모 양육도 역사가 있네”
조부모가 손자녀를 양육하던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통 가족문화는 대가족이었다. 우리는 예로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집안의 어르신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달달한 간식이 생기면 자신의 입에 넣지 않고 손주들 입에 넣어 주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교육하고 할머니는 아이들을 먹이셨다. 조선시대는 조부모가 손주를 교육하고 양 육하는 ‘격대교육’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 조선후기 문신 ‘묵재 이문건’은 손자 ‘수봉’이 태어나서 16세가 될 때까지의 기록을 담은 육아일기 <양아록>을 남겼다, 영조대왕은 지금하게 정조를 돌봤다. 그 결과 정조는 큰 업적을 남겨야만 붙여 준다는 ‘대왕’이라는 칭호를 달게 되었다. 퇴계 이황의 손자 교육 또한 매우 유명하다. 바쁠 때는 서신을 주고받으며 교육을 했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오바마와 빌게이츠 또한 집안 사정으로 외할머니의 양육 아래 성장하여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조부모 양육이 이렇게 좋은 것이다. 조부모가 아니면 누구에게 내 아이를 부담 없이 부탁할 수 있을까? 등하교 도우미나 시터를 쓰는 경우도 있고, 급할 때는 이 웃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미안한 마음과 양육갈등 등을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 우리 아이가 내일의 빌게이츠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글 | 사진 만두호빵• 권지현(상도동)
40년 동안 동작구를 떠나지 못하는 지박령 같은 여자사람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꿈꾸는 엄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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