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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맘 생각] 물가를 거닐다

물가를 거닐다


글•사진 | 박미정•박하향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헬스, 에어로빅에 마라톤, 등산까지 다양한 운동법을 선택한다. 걷기도 그중 하나다. 물론 운동효과를 얻으려면 꽤나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세월아 네월아 온 동네 참견 다하며 천천히 걷는 것은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살살 걸으며 몸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단단했던 마음의 긴장을 풀어가는 과정은 일상이라는 짐의 무게를 가벼이 해준다. 그렇게 나는 몇 해 전부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천이나 한강을 걷는다.


코스만 결정되면 물과 간식거리만 챙기고 나서는 좀 긴 산책. 그렇게 이곳저곳을 걷다보면 알지 못했던 서울의 수많은 모습들을 볼 수 있고, 각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자연도 즐길 수 있다. 지난 봄 홍제천에서는 왜가리가 막 잠에서 깬 개구리를 입에 물고 있어 놀
라기도 했고, 마른장마가 한창이던 때의 양재천에선 물이 얕아 강제 선탠을 당하는 물고기를 보기도 했다. 풍성한 자연환경 덕분에 약육강식의 실사례와 기후 변화로 고통 받는 생태계를 직접 목도한 것이다. 서울은 이러한 자연환경을, 생각보다 넉넉히 품고 있다. 각 자치구별로 얼마나 많은 공원들이 있는지, 또 한강을 중심으로 하천들은 얼마나 많이 뻗어 있는지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장 집 근처는 아니라도 지하철 몇 정거장, 버스 몇 정류장만 타고 나가면 반나절은 실컷 즐길만한 자연환경이 우리에겐 가득하다.


아이들과 자주 걷는 하천은 청계천이다. 2호선 신답역에서 시작해서 5호선 광화문역까지 이어지는 청계천 물길이다. 도심 중앙을 뚫고 가기 때문에 편의점이나 화장실 찾기 편한 하천이다. 아니면 도심보다 자연환경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안양천이나 양재천도 좋다. 나무와 나무와 나무만이 가득한 곳이라 고즈넉하지만 카페나 편의점 같은 편의시설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물과 간식을 넉넉히 챙겨야 한다. 최근 다녀온 중랑천도 근사했다. 특히 장안벚꽃안길이라는 산책로의 나무 그늘은 좋은 휴식공간이었다. 만약 이런 하천을 찾아가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넓고 넓은 우리의 한강도 있다.



서울을 동서로 잇는 거대한 한강은 어디서 시작하든지진 풍경을 선사한다. 사람이 많지 않은 이른 아침의 한강은 맑고 시원하다. 태양이 머리 꼭대기로 오르는 한낮의 한강은 뜨겁지만 활기차다. 서쪽으로 태양이 내려앉은 밤의 한강은 복작거리면서 아기자기하다. 한참을
걷다가도 주말의 여의도, 반포, 뚝섬은 다양한 공연과 먹거리도 풍성해지니 즐거움도 커진다. 물론 어린 자녀들과 물가를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고가는 자전거가 신경이 쓰이고, 쉬이 지치는 아이들이 편히 쉴만한 공간이 많지 않다.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와이파이가 팡팡 터지지 않는 하천변을 좋아할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렇게 지루하기 때문에 물가를 걷는 묘미가 있다. 딱히 할 일이 없으니 ‘강제 대화의 장’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방학 동안 공부를 하네마네, 서로에게 날을 세우던 아들과 나도 할 것이 마땅찮아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보니 한껏 친해져서 귀가했거든.



그렇게 한강을 실컷 걷고 아이들과 한강의 처음과 끝을 찍어보자는 호기로운 약속도 했다. 어디 한번 해보지 뭐. 그런데 한강 전체 길이가? 인터넷에서 방금 찾아보니 494킬로미터? 잠시만.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니 다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어쨌든 걷기 좋은 계절이니 밖으로 나서보자. 우리 동작구는 지척에 관악산과 한강을 끼고 있는 천혜의 마을이다. 억지로 차를 끌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지하철이나 버스 몇 정류장만 이동해도 종일 즐길 곳이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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