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방송중] 181회_질투는 나의 힘
조선시대의 풍습 중에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다. 남편 혹은 시가에서 아내를 쫓아낼 수 있는 일곱가지 근거를 말한다. 일곱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합법하게 집에서 쫓아낼 수 있었다. 지금은 이 모든 조건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지만 일곱 가지 근거 중의 하나가 ‘질투’였다. 질투했다고 쫓겨난다니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다 가졌지만 더 가지고 싶고, 남의 것은 더 가지고 싶은 마음일 뿐인데 말이다.
글 | 소녀주부•김은제
<엄마는 방송중> 181회 ‘질투는 나의 힘’을 바탕으로 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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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_JTBC |
부부의 세계, 나만 그런 거야?
예지엄마77_ 요즘 핫한 <부부의 세계> 봤지? 나 그거 보고 ‘내 남편도 혹시나?’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막상 그 상황이 오면 싫고 미워도 아이 때문에 이혼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지누마미_서이숙씨가 연기한 최 회장 아내의 통찰력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끝내줬어. 남편이 바람피운 걸 알고 진료실에서 나오자마자 남편 따귀를 때리는 데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젊었을 때는 남편이 바람피운 걸 알고도 참고 살았겠지만 지금은 아쉬울 게 하나도 없잖아. 그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어.
소녀주부_ 맞아. 그 드라마에서 여자들의 질투를 빼놓을 수 없지. 여자들의 권력싸움도 어마어마했어.
조조_ 근데 나는 이태오를 그렇게 만든 건 아내가 아닐까 싶었어. 왜 그런 말 있잖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예전부터 여자가 기가 세고 능력이 있는 게 못마땅해서 나온말인지 몰라도 이태오가 아주 전형적인 케이스 같아.
지누마미_ ‘아내 가뭄’이라는 책이 있어. 그 책에서는 ‘가사 노동을 주로 하며 배우자를 지원하는 사람’을 아내라고 하는데 남편에게는 아내가 없을 수 있고 여성에게도 아내가 없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여성이 아내가 없거나 드물다는 내용이야. 극중 김희애도 봐 바. 아내가 없고 오로지 나 혼자야, 부모도 없는데 너무 잔인하게도 형제도 없고 자식도 불행해. 여전히 이 시대는 여성의 희생만을 요구해.
소녀주부_ 나도 남편에게 당신이 너무 부럽다고 이야기 한적 있어. 너한테 질투 나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지. 남편은 내가 무슨 애정 질투 이야기 하는 줄 알길래 ‘당신이 가장이라는 명목으로 꿈을 펼치고 당당하게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어서 부럽다’고 콕 집어줬어.
엄마들 간의 질투
지누마미_ 왜 주변에 그런 사람 없어? 자식도 잘 컸어, 부모도 잘 만났어, 남편도 잘난 친구 말이야. 먼저 결혼한 친구 중에 일명 성공적인 결혼을 한 애가 있는데 그 친구를 본 또 다른 친구가 결혼에 대해 전략을 세웠어. 결혼정보 회사에 가입도 하고 결국 조건은 잘 맞춘 성공적인 결혼을 했지. 그런데 행복하지 않더라. 남이 부러워 똑같이 되려고 해도 결국에 인생이나 결혼도 운칠기삼이 아닐까.
만두호빵_ 난 지금에서 말하지만 예전에 직장 다닐 때 5cm 이하의 신발은 신고 다니지도 않았어. 키가 작은 게 얼마나 싫던지.
예지엄마77_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라고 알아? ‘목이 돌아갔다’ 이런 표현 알지? 남편이 결혼하고 말하길 자기는 뽕 브라에 속았다고 하더라고. 임신했을 때 가슴골이 있었는데 그게 부러워 다시 임신하고 싶어. 결혼하고 나이가 들어서 가슴확대 수술하는 거 이해해.
소녀주부_ 근데 엄마가 되고 나니 질투의 초점이 아이의 능력으로 바뀌더라고. 엄마가 아이 공부 잘하는 걸 정말 자랑스러워서 자랑하는 걸 보면 그 엄마도 콤플렉스가 있는 경우가 있어. 근데 너무 자랑하면 질투의 대상이 되곤 하지.
지누마미_ 세계적인 투자가인 존 리가 있는데 이런 말을 했어.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는 밀어 주는 게 맞지만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의 경우에는 사교육비로 주식을 사래. 주식 투자를 해서 수년 뒤에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이 생기면 그때 그 돈을 지원해주라고 하는데 그게 정말 맞는다고 봐. 남 따라서 시키는 사교육,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들. 그거 진짜 질투 때문이야. 아이들은 부모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많고.
질투가 날 때 이런 곡을 추천해요.에일리 <You & I>영턱스 클럽 <정>유승범 <질투>성시경 <당신에겐 특별한 뭔가가 있어요>
비교는 이제 그만
조조_ 부모들이 자녀들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봐줘야 하는데 자랑의 수단이 되는 것 같아.
지누마미_ 남의 애랑 비교하는 건 무조건 반대야. 아이가 둘 이상 있는 경우에도 서로 비교하면서 질투심을 자극하는 건 정말 안 좋아. 얼마 전에 작은 애가 처음으로 직접 이불을 정리했어. 그 전날 내가 손가락을 다쳐서 큰애 보고 설거지를 하라고 격려해 줬더니 그걸 기억해서 “형은 설거지를 잘하니까 나는 이불을 잘 갤 거야”라고 말하는데 깜짝 놀랐지. 방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줄 알았더니 다 듣고 있었더라고.
소녀주부_ 아이들은 왜 더 질투가 많잖아. 다른 애들 장난감 보면 그렇게 부러워해. 딸한테 “남이 부러운 걸 말하다 보면 끝도 없고 그냥 부러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라고 말하긴 했는데 사실 나도 질투를 하는데 애들이 어떻게 숨기겠어.
지누마미_ 소학에서 질투를 “사람들은 나보다 나은 사람을 싫어하고, 나에게 아첨하는 자를 좋아한다.”라고 표현했어. 이 말대로 부러우면 지는 거고 부러운 걸 말하다 보면 끝도 없는 것 같아.
질투라는 감정이 들 때 나를 한번 돌아보게 만들고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힘을 갖게 만드는 것. 바로 질투의 힘이 아닐까?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1960∼1989)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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