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9단 삶의 정보] 머리카락을 사수하라
머리카락을 사수하라
출산하고 아이 키우느라 오랜만에 찾은 미용실. 머리 감고 제대로 말릴 시간도 없어서 짧게 잘라 달라고 부탁했는데 어머 웬일이니. 뒤통수에 떡하니 오 백원 짜리만한 구멍이 있네? 7년 전 탈모인으로서의 파란만장한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글·사진 | 김은제·소녀주부
10년 같이 느껴졌던 100일
지금도 그때가 생생하다. 미용실을 다녀온 뒤로부터 손이 계속 머리로 갔다. 거울로 몇 번을 확인했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게 머리카락이 아닌 말랑말랑한 피부인데도 부정하고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병원을 찾아봤다. 다행히 집 근처 중앙대학교 병원에 탈모 치료로 유명한 교수가 있다고 해서 예약을 했다. 아무리 빨라도 진료를 받으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니 나 말고도 탈모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그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 탈모샴푸, 두피마사지 기구도 주문하고 발모에 좋다는 블랙푸드들을 먹기 시작했다. 탈모 사실은 가족들에게만 알리고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거울로 확인해 보지도 않았다. 간혹 탈모가 생긴 부위가 화끈거리고 욱신거리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드디어 관리한 효과가 나오는 걸까?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나요?
드디어 그 유명한 중앙대병원 김범준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교수님이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이미 꽤 진행된 상태라며 언제부터 증상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알게 된 건 3개월 전인데 언제부터 탈모가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단 피검사를 하고 레이저 치료를 시작했다. 그 당시 둘째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스테로이드 주사나 탈모치료제를 먹을 수 없어 바르는 약과 영양제(웰타민, 케라민)만 처방받았다. 피검사 결과 자가항체(자신의 세포를 잘못 공격하는 항체) 수치가 130(정상 범위 40 이하)이 넘었다. 원래 우리 몸은 바이러스와 같은 해로운 것이 침투하면 면역세포가 작용해 항체를 만들어 신체를 보호한다. 그러나 자가면역질환은 원형탈모처럼 면역세포가 모발 세포(정상세포)를 해로운 것으로 판단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생긴다. 대부분의 자가면역질환은 원인이 불분명해 치료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교수님이 원형탈모는 치료가 가능하니 충분히 잠을 자고 요가를 시작해 보라고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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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들. (왼쪽부터) 미국에서 사온 젤리형태의 영양제(1), 항산화제(1), 탈모보조치료제(3), 샴푸 후 머리에 바르는 약(1), 탈모치료제(1). 괄호의 숫자는 하루 복용량이다. |
방심할 수 없는 원형탈모
방심할 수 없는 원형탈모
그 뒤로 3개월에 한 번 병원을 꾸준히 다니고 약도 잘 챙겨 먹고 요가도 시작했다. 샴푸 한 뒤 되도록 시원한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고 충분히 잠을 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육아와 집안일을 다 병행하다 보니 늘 잠이 부족했다. 다행히도 3년 뒤 머리카락은 자라났다. 그래도 자가항체 수치는 변함이 없다. 올해 초부터 복용하기 시작한 약의 부작용으로 다모증이 생겼고 코로나가 시작되고 개인적인 일까지 겹쳐 얼마 전에는 대상포진으로 고생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 탈모가 있던 자리 옆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다. 또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마음이 공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잠을 많이 자야지. 내 정신과 육체의 한계가 왔나보다. 프랑스의 시인 볼테르는 “신은 현재 여러 근심의 보상으로 희망과 잠을 주었다.”고 말했다. 원형탈모든 코로나든 면역을 키우면 이겨낼 수 있다.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습관, 적절한 운동, 이 삼박자를 맞추며 살아가자.
탈모 쉽게 지나치지 마세요!
• 탈모가 시작되는 부위가 아프거나 색이 붉게 변할 수 있어요.• 두피도 자외선에 민감하니 양산이나 통기가 잘 되는 모자를 써야 해요.• 가을부터 겨울까지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져요.• 탈모약은 다모증과 같은 다양한 부작용이 있어요. 꼭 전문의와 상의한 후 복용하세요.• 탈모는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가족들에게 알리고 치료에 도움을 받으세요. 무엇보다 빠른 시일 내에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아요.
*전문의료인이 아닌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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