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육아] 가장 보통의 아빠
가장 보통의 아빠
놀이터에서 항상 마주치는 삼남매 아빠. 아이들하고 놀아주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한다. 퇴근시간도 되기 전인데 말이다. 실직하셨나? 전업 주부인가? 이 아빠 정체가 뭐야?
글 | 김은제·소녀주부
사진, 인터뷰이 | 함정규
Q 안녕하세요? 놀이터에서 자주 뵀었죠? 저는 퇴근 시간도 안 됐는데 아빠가 놀이터에 오는 게 늘 이상하기도 하고 궁금했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예요?
A 우리 회사가 출근 시간이 빠른 대신에 퇴근 시간도 빨라서 오후 4시 반이면 퇴근해요. 그 시간이 아이들이 놀이터에 있는 시간이라 되도록 놀이터에 가서 놀아주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제 육아시간이 시작되거든요. 퇴근하면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 제가 다 놀아주고 외출해도 전적으로 제가 다 놀아주거나 데리고 다닙니다. 아내는 딸아이들 화장실 가거나 외출 짐 싸는 걸 맡아서 하죠.
Q 보통의 아빠들하고는 다르네요. 안 그래도 부인분께 들었는데 100인의 아빠단? 활동하면서 ‘최우수 아빠’ 상도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 이런 아빠들이 100명이나 있다는 건가요?
A <100인의 아빠단>은 부부가 함께하는 육아 문화 확산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2011년부터 시작된 아빠 육아 모임이에요. 모임 참여하기 전에도 아이들이 에너지가 넘쳐 자주 데리고 놀러 다녔는데 좀 더 체계적이고 교육적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2018년 8기로 활동했고 지금은 멘토로 활동하고 있어요.
Q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셨어요? 육아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부모님께서 어렸을 때 바쁘셔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학교 행사에 부모님께서 오셨던 기억도 없고 외동으로 자라서 그런지 정말 외로웠어요. ‘사회적으로 덜 성공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경험시켜 주고 시간을 같이 보내야겠다.’라고 결혼 전부터 생각했어요.
Q 저도 주말에는 남편하고 공동으로 아이를 돌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아요. 육아 스타일이 달라서 부딪히는 것 같은데 본인만의 규칙 같은 거 있나요?
A 저는 ‘상대방이 아이들을 훈육할 때는 절대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요. 엄마가 아이들 훈육할 때는 다른 곳에 가 있거나 하고 훈육이 끝나면 그때 아이에게 가서 달래 주든지 공감해 줍니다. 물론 제가 훈육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되도록 화는 안내는 편이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위험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다 해주고요. 결국, 인생은 본인이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Q 딸 둘, 아들 하나인데 딸 육아, 아들 육아 다르게 하시나요?
A 대학교 때 문화인류학 수업에서 성 역할은 환경에서 오는 차이라고 배웠어요. 제가 아이들을 키워보니 어린이집에서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선천적인 차이가 있더라고요. 에너지, 좋아하는 것, 관심사 등 아이마다 달라요. ‘남자라서 안 돼’, ‘ 여자라서 안 돼’ 이런 것 없이 되도록 성 역할을 구분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렇지만 딸들이 결혼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더 손해를 보잖아요. (이쯤 되면 남자만 군대 가지 않느냐는 말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출산은 선택이고 군대는 필수라고 하더라도 군대 생활은 2년 여성은 평생 차별받는 게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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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터뷰하는 동안 같이 있었던 준혁이. 아빠와 둘이서 자전거 타고 컵라면 먹는게 제일 좋다고. 이날도 아빠와 인터뷰를 마치고 아빠랑 한강 라이딩을 떠났다. |
Q 육아하시면서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이런 질문 엄마들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남자한테 처음 물어봐요.
A 육아 자체가 힘들지는 않은데 내 시간이 없는 게 아쉬워요. 평일이고 주말이고 아이들하고 같이 보내니까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책 스터디 모임도 하고 싶은데 막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슬슬 도전해 보려고요. 나중에 책도 쓰고 싶어요.
아빠 육아 이렇게 하면 좋아요!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려면 어렸을 때부터 유대감을 쌓아야 해요. 특히 아빠와 놀이를 같이하는 게 중요합니다. 놀아줄 때 사진 찍는 것은 포기하세요. 아이의 마음에 남을만한 추억을 만드는 게 목적이니까요. 아빠 육아 모임에 참여하거나 카페에 가입해 공부도 하시고 자신만의 육아 원칙도 세워보세요. 아직 늦지 않았으니 일단 지금부터라도 시작해 보세요.아빠 육아 추천 카페
- 100인의 아빠단 https://cafe.naver.com/motherplusall
- 아빠학교 https://cafe.naver.com/swdad
인터뷰를 마치며
아빠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였을까. 오히려 특별한 아빠라기보다 동네 엄마와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다. 사회에서는 엄마의 육아,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조차도 ‘엄마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다’라는 감성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아빠 없이 태어난 사람도 없다. 아빠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를 직접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애초에 아빠들을 육아에서 배제 해왔다. 아이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아빠와 엄마가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가 커오면서 학습해 온 아빠와 엄마의 역할이 다를 뿐이다. 내가 만난 삼 남매 아빠가 가장 보통 아빠의 모습이 아닐까?
함정규
준혁(10), 채원(7), 지원(5) 삼남매와 함께 커가는 프렌디이자 행복지킴이.
블로그_삼남매와 함께 커가는 시간
https://blog.naver.com/hjk2004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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