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실천약속] 선은 넘지 맙시다.
선은 넘지 맙시다
글 | 어느 동작맘
“어머 살이 왜 이렇게 쪘대. 관리 좀 해야겠다.”
“너 애 낳고 100일 안에 못 빼면 다 너 살 되는 거 알지? 난 다 돌아왔는데 빨리 관리해”
걱정해주는 척 돌려서 욕하던 프레너미(frienemy, 친구와 적의 합성어)들의 극히 일부 조언들이다. 내가 카스 친구 차단했다고 새벽 3시에 9개가 넘는 장문의 카톡을 보내던 육아 모임 멤버, 초면에 전세인지 자가인지부터 묻던 어린이집 엄마, 욕하기와 훔치기가 일상인 놀이터 아이에게 주의 좀 부탁드린다고 말했더니 네가 뭔데 훈계질이냐, 증거 있냐고 개진상 부리던 학부모, 애 셋은 짝이 안 맞는다고 하나 더 낳으라고 볼 때마다 잔소리하는 노점 할머니들, 엄마는 튼실한데 애들은 안 먹였냐며 히죽대며 담배 피우던 벤치의 할아버지들까지…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이놈의 동네는 뭐 다 가 족(?) 같은 분위기인 건지 그렇게 관심도 많고 충고도 많이 하더라. 육아 초반, 삼십 대 초반일 때는 일일이 화도 내보고 주변 엄마들 붙잡고 하소연도 하고, 직접 말싸움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등원 후 꿀 같은 나만의 시간 없애기와 정신적 에너지 소비, 그 스트레스를 애들한테 푸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러던 작년 7월 어느 날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마트 계산대에서 별안간 훅 들어온 몸매 공격은 (“어머 살이 왜 이렇게 쪘대. 관리 좀 해야겠다” - 안면만 트고 지낸 학부모) 그동안 쌓여있던 모든 걸 폭발시켰다. 정작 당사자한테는 한마디도 못 한 나를 자책면서 울고불고 남편에게 하소연하고 마음 끓이던 몇 주간 가족들한테 퍼부었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렇게 강력한 다이어트 동기부여가 발생했고 나는 모든 단톡방에서 ‘나가기를’ 누르고 주변 모임은 다 끊어버렸다. 각종 다이어트 책을 섭렵하고, 유튜브와 SNS로 정보를 모으며, 새벽 5시 반이면 일어나 헬스장에 가서 미친 듯이 운동했다. SNS의 다이어트 챌린지에 참여하며 의지를 다지고 매일매일 운동 인증샷을 올리며 의지를 불태우고, 지방들도 태워버렸다. 그러기를 1년. 나는 지금까지 10킬로를 감량했고 여전히 식단과 유튜브 홈트를 병행하며 건강한 식습관과 몸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운동이 주는 효과는 놀라웠다. 오기로 시작했던 운동이 하다 보니까 잡생각을 잊게 했고 어려운 동작을 해나가며 성취감을 맛보고 조금씩 변화하는 몸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전업주부로만 살 수 없지 내 일을 찾아보자’며 많게는 하루에 한 권씩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자기계발, 에세이, 심리, 경제, 교육, 운동, 자격증 등등 책을 읽으니 마음이 안정되고 앞서 있었던 모든 일의 분노와 화가 가라앉으며 내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부모교육 강사 자격증도 따고, 독서 모임도 참여하고, 아르바이트도 해 보고, 동작신문에 글 써서 원고료도 받아 보고, 유튜브 대학에 입학하여 대학생도 되었고, 안에서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만나고 보니 미움의 감정에 에너지를 쏟는 게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그때 그들이 나에게 선을 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순간순간에 일희일비하며 쓸데없는 일들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단톡방 나가기를 눌렀던 그 날 내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불필요한 카톡에 신경 쓰지 않고 나의 삶, 나의 공부, 나의 일을 향해 집중하고 계발하며 성장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즐겁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에서 ‘쁘띠 또라이’ 는 어디에나 있으니 미움으로 마음을 낭비하지 말자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깜빡이 안 켜고 들어오는 선 넘기 오지랖 만렙 인 쁘띠 또라이들에겐 자비를 베풀기로 하자. 지금 내 인생, 내 가족들 돌보기도 바쁘다. “응. 그러려니” 하는 거로!!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