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도서] 과학자 에이다의 대단한 말썽
과학자 에이다의 대단한 말썽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에이다 마리라는 여자아이예요. 에이다 마리는 세 살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답니다. 아기 침대 위에서 통통 뛰면서 방 안을 둘러보기만 했지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세상을 관찰한 거예요.
글 | 최윤제·토리
흑인. 여자. 아이. 그리고 부모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러나 책은 책을 집어 들면서 책을 덮을 때까지 많은 물음표가 떠나지 않은 책이다. 왜 이 아이는 백인이 아닐까? 왜 과학자가 되고 싶은 친구가 남자아이가 아니고 여자아이일까? 이 부모는 도대체 왜 아이를 이렇게 키울까…… ?
분명한 답은 책 안에 없었다. 작가는 주인공 에이다를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자아이로 설정했다. 과학자로서 잠재력을 지닌 이 작은 여자아이를 응원하듯, 이름을 ‘에이다 마리’로 지었다고 한다. ‘에이다’는 수학자이자 최초의 프로그래머였던 영국의 과학자 ‘에이다 러브레이스’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마리’는 프랑스의 물리학자이고 화학자이며, 방사성 원소인 폴로토늄과 라듐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받기도 한 ‘마리 퀴리’ 이름에서 따온 것이란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촘촘하게 기획된 책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억지스럽지 않았고,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엄마들은 안다. 우리 눈치 빠른 아이들은 공부 느낌이 약간이라도 나면 책은 감각적으로 거부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라는 궁금증에 서둘러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에이다에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세 살까지 말 한마디 못했던 에이다의 첫 마디는 “왜요?”였
다. 그 후 에이다는 ‘뭐 하는 거예요?’, ‘이것 뭐예요?’,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어요?’, ‘왜 그래요?’, 어떻게 그래요?’, ‘만약에 그러면요?’, ‘그게 돼요?’ 등 온 종일 질문을 던진다. 더욱이 에이다처럼 실험을 한다며 학교나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비어있는 모든 공간에 낙서하고, 심지어 반려동물까지 세탁기에 넣어 버린다면 어느 부모라도 소리를 지르고 아이를 혼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에이다의 부모님은 아이의 호기심을 존중하고, 아이의 성장을 위해 애쓴다.
‘음 그렇지. 이런 부모가 있으니 에이다가 영재로 크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쯤 “안 돼!”라며 윽박지르는 에이다 부모님의 모습을 본다. 우리도 아이의 모든 것을 수용해 줘야 하고 인정해 줘야 함을 머리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참다참다 내지르는 윽박지름과 짧은 한숨. 그러나 곧이어 훌륭한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뒤따른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고충을 이해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 대목에서 위로를 받았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에이다는 자신에게 떠오른 문제의 답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그 번듯한부모도 이 아이를 어찌 키워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아이가 당장은 주위를 불편하게 하고 지저분하게 할지라도 결국은 이런 과정을 통해 뛰어난 지성을 갖추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어 낼 것을 말이다.
아이들에게 이 책은 어떻게 읽힐까?
‘남자와 여자는 똑같아. 그렇지 여자도 과학자가 될 수 있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들에게 에이다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냥 ‘에이다’이다. 과학을 좋아하고, 호기심 많고,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싶은 아이 에이다! ‘음 이렇게도 할 수 있군.’ ‘우리 부모님도 좀 참아 주면 좋을 텐데…’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여자아이이기에 못 하는 것이 없고, 남자아이이기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할 일은 없다. 하지만 부모는 여전히 갇혀 있다. 남자아이답게 뛰어노
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아들을 보며, ‘내 아이가 좀 다른가? 내가 잘못 키웠나?’ 생각하며 억지로 끌고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게 한다. 여자아이답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놀이를 하지 않고, 옷 찢어진 줄 모르고 땀 흘리며 들어오는 딸을 보고 공주를 키워보고 싶은 로망을 실현하지 못해 속상해 한다. 이런 생각 모두 마음속에 접어두어야 하는 내 이야기이다.
이 책은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는 부모님을 응원하는 책이다. 또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꿈을 이룰 것이라는 용기
를 주는 이야기이다. 부모가 무심결에 ‘건축가는 여자가 하기 힘든 직업이야’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은 부모님께 아이와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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