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맘 수다공간] 아이고, 우리 큰 딸 왔나?
아이고, 우리 큰딸 왔나!
금요일 5시 반 알람이 울렸다. 난 온종일 반찬이며 먹을걸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했어?” 큰딸이 말했다. “가면서 말할게 “라고 말하고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터미널 가는 지하철에서 신랑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17년 만의 나 홀로 친청길.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
글·사진 | 배정희·예지엄마77
나도 혼자 친정으로 휴가 좀 갔다 오자!
애들과 친정 갔다 집에 온 지 딱 일주일 만에 나 혼자 또 진주행 고속버스를 탔다. 기분이 묘했다. 어제 말할 타이밍을 놓쳐서 고민하다 그냥 메세지를 했다. 또 간다고 그것도 혼자 간다면 썩 내키지 않아 할 걸 알기에 반찬 사진과 함께 통보를 했다. 내 구구절절 메시지가 통했는지 잘 갔다 오고 허리 조심하라고 답장이 왔다. 여동생이 친정에 살다가 분가를 하는 날이라 도와준다는 핑계를 만들었다. 나도 애들 없이 친정을 가 보고 싶은 게 진심이었다. 운전을 못하는 나는 친정이 있는 진주에 갈 때면 집에서 30~40분 거리의 터미널이지만 애 둘 챙기고, 짐 챙기면 버스 시간에 항상 쫓기며 도착하기 일쑤였다.하지만 오늘은 혼자 가니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다. 결혼 17년 만에 나 혼자 친정에 가는 것은 처음이다. 몇 시간 후 만날 엄마가 오늘따라 더 보고 싶고 안기고 싶다. 밤 11시가 넘어 친정집 마당에 들어서니 엄마가 뛰어나오신다.
“아이고~ 우리 큰딸 왔나!”
“엄마”하며 와락 안겨 눈물이 핑도는 걸 참고, 고개만 끄덕였다. “7시 버스 타고 오느라 밥도 제대로 못 묵읏제?, “ 니줄라꼬 호박범벅 해났다.”, “아 들이 안 따라 올라드나?”, “우리 큰딸 혼자오니 엄마는 더 좋네.”, "니 좋아하는 꽃게 사 놨다. 내일은 니 혼자 실컷먹으래이.” 엄마는 속사포 랩처럼 혼자 계속 말씀을 하셨다. 내가 혼자 온 게 마냥 좋으신가 보다. 나처럼 말이다. 난 손 씻는다며 화장실로 가서 눈물을 훔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게탕이지만 애들과 올때면 살 발라주느라 내가 제대로 못 먹었던게 맘에 쓰이셨나보다.
아빠는 술 한잔 하시고 안방에서 코골며 주무시고, 나와 엄마는 거실에 잠자리를 펴고 나란히 누웠다. 친정 오면 늘 두 팔에 큰딸, 작은딸 눕히고 사이에서 잤는데 지금은 내 엄마랑 손잡고 단둘이 누워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17년의 세월을 풀어 놓기엔 짧은 시간이다. 이게 뭐라고 17년이나 걸렸을까.
사랑하는 엄마!
난 엄마라고 부르기만 해도 괜히 눈물이 나.
애들이 커가고 내가 나이가 든만큼엄마도 더 늙으시는 거니까
이젠 아이들도 컷으니 자주 혼자 올게요.
엄마 아프지 말고 오래 오래 건강해야 해요.
정희가 아직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큰딸 정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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